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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호 한의사 Dec 26. 2016

비염, 도대체 넌 누구니?

만성 질환의 끝판왕


생각보다 주변에 비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많다. 그만큼 비염은 흔하고 만성적인 질환이다. 비염 환자들은 한여름에도 맑은 콧물을 줄줄 흘려야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고, 밤에는 코가 막혀 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흔한 질환 치고는 그 증상은 몇 배로 고통스럽다. 특히 기온, 온도 차가 바뀔 때마다 예민해진 코는 하루 종일 사이렌을 울리고, 조용해질 틈을 주지 않는다. 보통 사람보다 예민한 이들의 코는 천방지축 말썽꾸러기이다.



비염이란?

한의학에서 비염은 한랭성 비염과 열성 비염으로 분류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차가운 기운에 피모(皮毛)가 상하면 코가 막혀 순조롭지 못하고 화(火)가 기도에 몰리면 향과 냄새를 알지 못한다', '갑자기 찬바람을 맞으면 코가 막히고 목소리가 변하여 맑은 콧물이 나오고 재채기가 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비염은 코감기와 비슷한 비루(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의 증상을 주로 나타내며, 갑작스러운 일교차, 공기의 습도, 온도 등에 의해 건조해진 비점막이 자극을 받을 경우 발현되는 특징이 있다.



비염 원인


한의학적으로 비염은 체내 점액이 부족하여 생기는 음허증(陰虛證)에 해당되며, 코를 위주로 증상이 나타나는 알레르기성 질환이다. 점막이 건조해지는 원인은 다양하게 존재하며, 선천적인 점액 부족 및 과도한 상열감으로 인해 저항능력과 비강 점막 기능이 함께 저하될 수 있다. 특히 외부나 노폐물 및 이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인 점액이 부족해질 경우, 외부 항원에 대한 저항력 상실로 인해 염증을 쉽게 유발할 수 있으며, 비염 발병에 취약한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점액 손실이 일어나는 원인 1. 체질적으로 점액 생성이 더딘 경우

체질적으로 소음인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마른 체형과 건조한 피부를 갖고 있다. 추위에 민감한 소음인의 경우 갑작스러운 기온차에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모공을 닫아 피부 및 점막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게 된다. 특히 호흡기가 차고 건조해 점액 생성이 더뎌질 수 있으며, 호흡기 면역력이 저하되기 쉽다.


점액 손실이 일어나는 원인 2. 환경적으로 관리를 못한 경우

현대사회는 건조함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을 갖고 있다. 건조한 공기를 조성하는 에어컨, 히터, 온풍기 등 냉난방기기와 체내 수분 배출을 촉진시키는 이뇨 성분 음료(아메리카노, 녹차), 다언(多言)하는 직업(강사, 판매직, 상담원) 등이 대표적이며 만성적인 스트레스 및 수면부족 또한 점액을 손실시키는 환경이 될 수 있다.


점액 손실이 일어나는 원인 3. 스트레스로 인해 상열감이 심해진 경우

한방적으로 '상화가 있다', '허열이 뜬다'는 것은, 즉 해소되지 못한 스트레스가 속에 쌓이고 뭉쳐 신체 상부로 열이 올라오는 것을 표현한다. 이러한 상열이 지속될 경우, 비강 점막의 점액이 바짝 마르게 되며,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 안면홍조, 여드름, 목 뒤가 굳는 느낌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특히 살이 찌거나, 활동이 적은 사무직 등의 직업군에서 쉽게 발병할 수 있다.



열성 비염과 한랭성 비염
좌 열성비염 / 우 한랭성 비염


열성 비염의 경우 일반적으로 안면이 붉고 건조한 피부(중년 남성),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시에 상열감이 생겨 열로 인해 점막이 붓는다. 또한 지나친 이뇨 성분 차(커피)와 음주로 인한 구강호흡, 수면부족, 건조한 환경이 결합되면 열성 비염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한랭성 비염은 흰 얼굴 및 건조한 피부와 약한 체력에 지나친 과로가 더해져 생긴다. 이 경우는 땀이 잘 나지 않고 추위에 민감한 편이며, 특히 환절기에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표 참고.



재발 원인

약물 및 수술 등의 치료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약물의 경우, 장기적으로 사용 시 약물성 비염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이는 단기적인 상황 개선책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 치료의 경우, 상처 후에 새 살이 다시 오르듯이 수술을 통해 제거한 점막은 시간이 지나면 재생한다. 새로 재생된 점막은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점막과는 다르게 표면이 울퉁불퉁하여, 온도 및 습도 조절의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침 및 천식 같은 다른 호흡기 질환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술적인 요법은 특히나 더욱 신중하게 선택되어야만 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일시적으로 농을 뽑아주는 석션 및 비강 세척뿐만 아니라 비염약, 수술적인 요법은 근본적인 비염 치료와는 거리가 있다. 비염은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비염의 재발과 만성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원인에 맞는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의할 점


비염은 어릴 때부터 잘못된 관리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때 잘 치료해 놓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때는 고질적인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비염을 앓기 시작하면 비강 점막이 울퉁불퉁한 식으로 변형이 오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조기에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 생기는 비염은 대체로 감기와 같은 열병에 대한 대응을 잘못하기 때문에 많이 발생한다. 해열제와 항생제를 많이 먹은 아이일수록 열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골골거리게 된다. 이런 아이들이 바로 만성비염으로 넘어갈 확률이 높다. 발열이 없이 생기는 콧물과 코막힘은 사실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가 아니라 비염인데, 이를 코감기라고 생각한 부모들은 항생제 및 항히스타민제 등의 장기 투여로 아이들을 치료한다.


이는 병증이 악화된 비염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런 아이들은 오랜 기간 양약을 먹으면서 소화기도 같이 약해지고, 다크서클 생성과 함께 치료도 가장 더디게 된다. 이럴 때는 당장의 체온보다는 아이가 밥을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천명은(쌕쌕거림)은 없는지, 가래의 색깔과 형태는 어떤지 등의 전반적인 컨디션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비염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비염을 '낫지 않는 병'으로 인식한다. 약을 복용하고, 치료를 해도 끊임없이 증상이 재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염은 치료가 되지 않는 병이 아니다. 구체적인 원인을 모르고 치료했기 때문에 치료 결과에 만족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비염 치료에 실패하는 이유는 왜 내가 비염에 걸리는지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이다. 또,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설명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치료 과정에서 호전이 나타나지 않아 중간에 치료를 포기해서일 수도 있다. 만약 의사가 구체적인 원인과 정확한 설명 및 치료 방향을 제시하고, 나 자신이 치료에 적극적으로 응한다면 비염은 반드시 치료될 질환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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