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준호 한의사 Dec 30. 2016

기흉, 재발 확률만 무려 40%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



살면서 기흉이라는 질환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질병에 대해 자세히는 몰라도 질환명은 다소 익숙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기흉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여타 질환들도 예방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흉은 더더욱이다. 이미 발생한 기흉은 치료를 통해 당장의 불은 끌 수 있지만, 불을 끈다 하더라도 다시 재점화가 될 수 있다는 게 문제이다. 그래서 치료만큼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향후 재발에 대해서 어느 정도 대책을 세워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기흉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기흉이란?


기흉은 '공기'의 기(氣)와 '가슴'의 흉(胸) 자가 합쳐진 말로, 폐와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강의 마찰로 인해 폐에 구멍이 나고 공기가 차는 질환이다.


일차성 자연 기흉은 전형적으로 키가 크고 마른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폐 가장 윗부분(폐첨부)의 흉막하(폐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에 있는 작은 공기주머니(소기포)에 의해 발생한다. 폐에 다른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며 흡연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다. 일차성 자연 기흉 환자의 90% 이상이 흡연자라는 보고도 있다.


왜 하필 키가 크고 마른 남성일까?

사전학적 의미에서 기흉은 전형적으로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남성에게 발병률이 높다고 정의된다. 이를 한의학적 의미로 살펴보면 갑작스러운 성장으로 인해 키가 클 경우, 폐포의 형성이 불안정해 기포(기낭)가 쉽게 터지고 찢어질 수 있는 약한 폐점막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저체중의 마른 체형은 체내 진액이 부족하여 건성 기관지를 형성한다고 정의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부합될 경우,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충격과 자극에 쉽게 영향을 받아 기흉이 발생할 수 있다.




성장기 청소년 주의보


기흉은 성장기 체형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성장기의 기흉 환자는 몸이 마르고 키가 큰 체형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 외형적으로는 보기 좋을지 몰라도 좁은 복각으로 인해 기흉 발생의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청소년기 같은 급격히 키가 자라는 시기에는 폐포의 성장에 비해 뼈의 성장이 급속히 진행이 되는 데다 표면장력을 유지시켜줄 계면활성제(폐포 내의 기름성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폐포가 제대로 분화된 채 자라지 모하고 폐포가 합쳐진 기낭이 만들어져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이 기포(기낭) 자체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때문에 기흉의 예방과 재발을 위한 성장기 체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복각의 크기를 넓히고 스스로 체형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기흉의 근본적인 원인


폐를 보호하는 두 겹의 점막 사이인 흉막강에는 면역 성분의 점액이 흐르고 있다. 이 점액이 부족해지면 점막과 점막 사이의 잦은 마찰로 인해 쉽게 기포(기낭)를 형성하게 된다. 특히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일 경우 선천적으로 체내 점액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외부의 작은 자극 및 충격에도 쉽게 구멍이 생기기 때문에 기흉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 외 교통사고, 무리한 충격에 의한 외상 충격, 염증이 원인이 되기도 하나 기흉은 대체적으로 건조한 환경과 부족한 점액, 불균형한 체내 환경, 급격한 성장의 혼합적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기흉 치료에 관해


양방

양방에서는 기낭이 보일 때 수술을 하자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폐엽을 잘라내는 폐엽절제술은 문제가 되는 기낭만 일부 잘라내는 수술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폐엽 전체를 잘라낸다. 이로 인해 수술 후에 폐활량이 저하되는 문제가 생기고 흉막유착술을 통해 흉막을 억지로 붙이기 때문에 수술 후 가슴이 뻐근한 느낌이나 흉통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기흉에 걸렸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한방

한방적인 치료는 미리 대처가 가능하고 재발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도를 잘 잡는 것이 양방적인 치료라면 미리 방비를 튼튼하게 잡는 것이 한방적인 기흉의 대처법이다. 기흉을 예방 가능한 상황에서는 손을 쓰지 않고 두고 보는 것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양방과 한방에서 보는 기흉의 관점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질병을 대하는 근본 접근법의 차이일 수도 있다. 우선 양방에서는 흉막강에 공기가 들어차는 기흉이 실제 발생하기 전까지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대신 이미 기흉이 발생하고 난 이후의 대처에는 효과적이다. 흉막강의 공기를 빼기 위한 흉관 삽입술, 긴장성 기흉일 때의 처치는 양방 대처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재발 가능성 및 그 외



기흉은 처음 발생 후 6개월 내에 재발할 확률이 40%나 된다. 그만큼 재발률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이는 기관지가 건조한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한 번 찢어지기 시작한 흉막은 이미 마찰에 약해져 있기 때문에 잘 찢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기흉 재발의 위험성이 낮아지고 있는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치료 과정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흉 환자는 대부분 기관지가 건조한 환자이기 때문에 기관지가 건조할 때 나타나는 증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마른기침, 잘 트는 입술, 가래가 끼는 느낌이 치료 중에 개선이 되고 체중이 늘고 있다면 이는 재발이 억제되는 방향인 동시에 근본적인 부분이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기침은 복압을 높이는 과정에서 흉곽에 부담을 주고 마찰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증상이다.





기흉이 발생하면 높은 재발률 때문인지 치료를 앞두고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한방치료와 양방치료는 접근법이 다르지만 적절히 병행함으로써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하나의 치료법을 고집하기보다는 각자의 증상에 따라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올바르다. 특히 기흉은 체중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꾸준한 체중 증가를 통해 체내 점액량을 늘려 재발 위험성을 예방하도록 하는 것 좋다.

작가의 이전글 인후두염, 목이 자꾸 아프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