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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호 한의사 Jan 02. 2017

다한증, 한약의 진실과 오해

"한약만으로 치료가 돼요?"



다한증 환자들의 한방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한약만으로도' 다한증을 치료할 수 있다며 환자들을 현혹하는데, 이는 어쩌면 다한증 환자들에게 원성을 살 수도 있다. 앞선 글에서도 설명한 바 있듯이 다한증은 현재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치료법은 마련되어 있지만 오로지 '한약만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조금 버겁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한약이 치료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섣부른 오해와 판단은 금물이며, 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





Q. 정말 한약만으로 나을 수는 없는가?

나 역시 수족다한증을 겪은 사람으로서 약이란 약은 먹을 만큼 다 먹어봤다. 병원 홈페이지만 보아도 수족다한증 때문에 겪었던 고통들이 구구절절 적혀 있을 정도다. 전신 다한증의 경우에는 분명 한방치료가 유일한 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손과 발에만 땀이 집중되는 수족다한증은 '유일한' 답이지는 않다.


다한증 환자는 흥분된 순간이 아니어도 딱딱한 물건을 만지거나 유분이 많은 핸드크림을 만지기만 해도 땀이 난다. 때문에 한약을 수개월 복용하기만 하면 다한증이 낫는다고 광고하는 것은 정답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수족다한증 환자가 보이는 열증, 점막이 건조해지는 느낌, 흥분된 교감신경을 안정시킨다고 해서 땀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약을 통해 다소 나아질 수는 있어도 환자들이 결코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 포인트이다.





Q. 그렇다면 다른 치료는?

치료를 맡았던 다한증 환자들을 비롯해 직접 경험한 바로는 이온영동치료(디스웨터)가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하다. 수족다한증에 완치라는 말을 붙이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관리에 있어서는 탁월하다. 보톡스를 맞고 온 환자들의 경우에는 고통을 호소하는 편이 많다. 효과는 있지만 그 아픔의 강도가 세기 때문에 다시 맞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드리클로는 효과가 약하다. 드리클로만으로 땀이 조절되는 사람들은 가벼운 다한증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종이가 축축해질 정도로 땀이 많은 사람들은 효과가 적다. 이렇게 다한증이 심할 경우, 디스웨터로도 치료가 힘든 경우가 더러 있다. 확률상 10%이다.


이 부분에서 한약 치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한증은 유전적 요인과 체질적 요인으로 원인을 나눌 수 있는데 체질에 따라 땀의 양이 달라진다. 과도한 땀 분비가 나타나는 특정 체질은 붉은 얼굴 및 트러블이 있는 피부를 가진 사람,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 손이 유독 찬 사람, 비만 체형 등이다. 교감신경이 향진될수록 몸에 열이 많아져서 얼굴이 붉어지고 여드름 및 홍조가 나타나는데 이는 땀의 발한이 다른 사람보다 더 원활한다는 뜻이다.


또한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의 경우, 특정 상황에서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에 교감신경을 쉽게 자극할 수밖에 없다. 찬 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과도하게 땀이 발한될수록, 땀이 증발되는 과정에서 손이 차갑게 식는다. 이러한 사람들은 증상만 나타나는 다한증 환자에 비해 치료 효과가 당연히 더딜 수밖에 없다. 이때는 한약을 복용해서 다른 치료법과 함께 병행하여야 한다. 같은 다한증 환자라고 해도 디스웨터 같은 치료 방법의 효과가 균등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다한증 치료에 있어서, 체질적인 문제는 감히 무시할 수 없다.





CONCLUSION. 한약의 진실과 오해

한약은 분명 도움이 된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체질적으로 몸에 열이 많고, 예민하거나, 살집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한약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이 오로지 '한약만으로' 치료를 한다는 것은 뜬구름 잡기나 마찬가지이다. 다한증이 제대로 관리가 되기 위해서는 땀구멍 자체를 막아야 한다. 이온영동치료 같은 방법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체질에 문제 없이 오로지 땀이 나는 증상만 가지고 있다면 이온영동치료나 드리클로만 받아도 괜찮다.


처음 자신을 현혹했던 말과는 다르게 치료 효과는 더뎌서 한방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의사로서도 그 마음이 이해가 가고,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간다. 다만, 한약이 전혀 치료 효과가 없다는 것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이 글을 통해 한약에 대해 미처 몰랐던 사실을 깨닫고 쌓였던 오해는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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