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관리자의 나비효과
팀장님이 기침을 하면 뉴욕에 돌풍이 분다
팀장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이대리, 오늘 점심 뭐 먹을까. 음... 짜장면이나 먹을까...."
"넵! 팀장님이 좋아하시는 북경반점에 바로 예약해 놓겠습니다!"
"아니, 꼭 짜장면을 먹자는 게 아니라...."
저는 억울합니다. 정말 생각 없이 말했고, 팀원들이 각자 원하는 메뉴를 말하면 그중에서 고르려고 했습니다.
네, 그건 제 생각이고요. 팀장이 소위 "선빵"을 날린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최종 버전이 됩니다.
'묵시적 청탁'이라는 게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에 까지 이르게 했던 죄목입니다. 묵시적 청탁을 사법처리의 근거로 삼는 게 합당한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판단은 차치하고요. 명시적으로 청탁하지 않았더라도 정황상 청탁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권한을 가진 사람이 "이 학생은 잘 키워야 하겠어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그 학생에게 특혜를 주라는 압력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 말을 하는 사람은 나에게 손익을 끼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것을 서로 간에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리에서 오는 말의 무게를 실감합니다. 이 무게는 말하는 사람은 별로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강펀치가 되어 큰 반향을 남깁니다.
우리나라 전통놀이 중에 꼬리잡기가 있습니다. 술래나 맨 앞사람이, 허리를 잡고 일렬로 늘어선 놀이 대열의 맨 끝 사람을 떼어내는 놀이입니다.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머리가 방향을 조금만 움직여도 꼬리쯤 가면 상당히 많이 움직여야 합니다.
팀장이라는 자리는 꼬리잡기의 머리와 같습니다. 내가 하는 사소한 언행 하나하나가 내 지시를 받는 팀원들에게는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책임감이 큽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회사는 친목단체가 아닙니다. 팀원들과 지나치게 친할 필요는 없습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라고 하죠.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족합니다. 친구 같은 상사는 없는 법이니까요. 친근하게 하려는 의도일지라도, 혹시나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팀원이 상상의 나래를 펴지 않도록 업무지시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가급적 지시대명사는 쓰지 않는 게 좋겠죠. 그게 상대방에게는 악역이 될지라도 입장을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팀원들이 헛힘을 쓰지 않습니다.
팀원에게는 공정하게 대해줍니다. 그게 나와 팀원 간에 같은 잣대를 둬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어제 했던 말과 오늘 했던 말이 일관적이어야 하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예측가능성을 줘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아무렴 어때'라는 보살의 마음가짐을 가지면 보다 수월합니다. 워킹맘은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육아를 통해서 충분히 훈련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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