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야, 엄마 이거 샀어."
"(또 시작이다) 엄마, 또 쇼핑이에요?"
"휴대폰 사용금지 푯말이야. 화장실 문 앞에 붙일 거야. 짠~"
"(허걱) 엄마, 제발... 창피해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제 입장이 뭐가 되겠어요."
얼마 전의 일입니다. 딸아이가 한참을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했더니, 변기에 앉아 계속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던 겁니다.
아이에게 몇 년 전 스마트폰을 사준 이후로 의존도가 부쩍 높아졌습니다. 애가 조용하다 싶으면 소파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어플을 이용해서 하루 사용시간을 제한했지만 어째 이런저런 이유로 늘려달라고 하고 있네요.
아이가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말라고 한마디 한다고 순순히 들을 리가 없습니다. 스마트폰의 중독성을 고려할 때 아이에게 동기부여도 잘 안되고, 의지도 부족할 겁니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화장실에서만큼은 전자기기를 보지 않기로 약속하자고 했습니다. (아이에게는 약속이 아니라 명령이라고 생각되겠지만요)
사실 저도 종종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편이었습니다. (많이들 그러지 않나요?) 하지만 제 말이 신뢰와 권위를 가지려면 저부터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나도 스마트폰을 자제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만 하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이 납득할까요?
이제는 그런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는 화장실에는 스마트폰을(물론 태블릿도 포함입니다) 가져가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고, 유혹이 생길 때마다 아이 앞에 내 입장이 뭐가 되겠냐고 다짐합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는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휴대폰 사용금지 표지판은 결국 저를 위한 것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인원 구조상 MZ세대의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고 합니다. MZ세대는 사실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표현으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출생)와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가 합쳐진 말이라고 합니다.
결국 기성세대와 대비하여 새로운 세대를 트렌디하게 부르기 위해 만든 표현인데, 장장 30년을 아우르니 (이를테면 40대 초반과 10대 중반을) 단일 특성을 가진 세대라고 보기엔 범위가 너무 넓네요. 그냥 요즘 세대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흔히 요즘 세대는 공정성을 중시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성세대라고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저는 서로가 생각하는 공정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희 세대(X세대입니다)까지만 해도 선배가, 상사가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좀 억울하긴 해도 나중에 내가 그 처지가 되면 나 역시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많은 불만을 가지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공정이라면 공정이었던 겁니다. 시차가 있는 공정이랄까요.
하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는 즉각적인 공정성을 요구합니다. 나중에 내가 선배의 자리에 갔을 때 그 혜택이 그대로 기다린다는 보장도 없고, 애초에 내가 그 자리에 갈 수 있을지조차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일 겁니다.
저희 회사로 치면 장학기금을 들 수 있겠는데요, 전체 직원이 기금을 조성하여 대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겁니다. 입사 초기부터 납입하다가, 퇴직이 가까워오고 자녀들이 대학교에 들어가면 지원받는 겁니다. 국민연금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근데 요새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만혼, 비혼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받지도 못하는데 내가 왜 다른 직원에게 보태주기만 하냐는 거죠.
이런 세대에게 나와 너는 다르니 내 말대로 하라고 하면 납득을 할까요? 리더의 말에 권위가 실리려면 공정함을 보여줘야 합니다. 제 할 일을 부하직원에게 일을 떠넘기는 상사 밑에 있으면, 배워서 자기 부하직원에게 똑같이 합니다.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따르려 하지 않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을수록 제 부하직원은 제 아이들과 나이차가 줄어들고 비슷해집니다. 좀 있으면 '문자 그대로' 자식뻘 팀원이 들어올 것 같습니다. 제 자식과 매일매일을 상호작용 하면서, 같은 마음가짐으로 팀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자세가 워킹맘이 가진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