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써주지 말고 쓰는 법을 가르치세요

by 수메르인

교자채신(敎子採薪)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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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자채신(敎子採薪)의 교훈


저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곳이긴 한데, 충청북도교육청에서 2022년의 사자성어로 ‘교자채신(敎子採薪)’을 선정했습니다. 자식에게 땔나무를 해 오는 법을 가르치다'는 뜻으로 당(唐) 나라 임신사(林愼思)의 속 맹자(續孟子) '송신(宋臣)'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사실 더 유명한 말은 "자녀에게 ‘물고기를 잡아서 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을 살 수 있다”라는 유대인 속담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슨 일이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근본적인 처방에 힘써야 한다는 메시지는 공통되나 봅니다.


저도 평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스스로 하게 하는 훈련을 하려고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별도의 교육을 한다기보다는, 부모가 하는 집안일에 가능한 참여를 시키는 식입니다. 특히, 저는 워킹맘이고 평일 낮에는 제가 아이들을 직접 케어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하게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더욱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집안의 일원이니 집안일에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이를테면 재활용품 버릴 때도 종종 데리고 가서 직접 분류하게 합니다.


당장은 좀 번거로워도 장기적으로는 내 일을 덜 수 있으니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세운 가이드라인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1. 결과에 대한 눈높이를 낮춘다


아이들이 하면 당연히 제가 하는 것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완성도도 떨어집니다. 당연합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바심을 내지 않습니다.


2. 수준에 맞도록 난이도를 조절한다


아이들이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좀 어려운 부분은 제가 하되 나머지는 하기 수월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의 옷을 빨아야 하니 세탁기를 돌리라고 합니다. 세탁물을 넣고 작동 버튼을 누르는 것은 쉽습니다. 세제를 계량하는 것이 까다롭죠. 그래서 1회용 세제를 따로 사서 아이들이 할 때는 간단히 하나씩만 넣으라고 합니다.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아이들이 파스타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파스타 수동 머신을 샀습니다. 레버를 돌리면 반죽이 기계 사이를 지나가며 1) 치대지고 2) 칼날을 이용해 국수 형태로 만들어줍니다. 저는 반죽만 준비해주면 아이들이 재밌게 잘 놀면서 만듭니다. 자기들이 직접 만든 파스타를 먹으니 뿌듯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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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면기는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김밥을 먹고 싶다고 하면 재료만 내가 다 준비해주고 아이들이 말게 합니다. 당연히 옆구리 터지고 제대로 된 김밥이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




팀원에게 맞춤형으로 역량 관리를 해봅시다


조직관리자는 조직원들이 제 역할을 하여 조직 전체의 목적에 기여하게 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조직원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조직원 각자가 최대의 역량을 발휘해야 조직의 성과도 최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량을 기르게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20년 해본 사람이랑 5년 해본 사람이랑 역량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눈높이가 다릅니다. 일을 가르치려다가도 이걸 왜 못하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업무의 기본인 보고서 쓰기를 예로 듭니다. 일반적으로 보고서의 초안은 실무자가 잡습니다. 결재선을 타고 올라가면서 보고서는 다듬어집니다. 유능한 직원이라면 조직관리자가 상세하게 가이드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보고서를 꽤 그럴듯하게 써옵니다. 조직관리자는 미세 조정하는 정도만 하면 됩니다.


안타깝게도 모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직원의 역량을 판단하여 적정한 수준의 가이드를 하는 것이 조직관리자의 역할입니다. 보고서를 잘 쓰지 못하는 직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난이도를 낮춰줘야 합니다. 보고서를 쓰라고 지시하기에 앞서 우선 문서의 작성취지와 대략의 구성을 알려줍니다. 뼈대는 세워주고 살을 붙이는 일을 맡겨보는 거죠. 일정 관리 측면에서도 시행착오할 시간을 감안하여 타임테이블을 설정하고 공유합니다.


물론 시급한 경우는 이런 여유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맡기지 않고 조직관리자가 직접 써야 할 경우도 있구요. 사안에 따라 완급 조절해야겠지요.


제가 혼자 보고서를 쓰는 동시에 부하직원에게 보고서를 써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부하직원의 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지만 최소한 쓰는 훈련은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역량이 늘었다면 난이도를 올려서 좀 더 업무를 맡길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간단한 개요만 공유하고 써보게 하는 것이죠. 유사한 식으로 지속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팀원의 역량을 키우는 조직관리자로서의 경험 또한 축적됩니다.


미당 서정주의 시 추천사(鞦韆詞; 그네) 중 한 구절인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부하직원의 성장은 저 역시 성장하게 만들 것으로 믿습니다.




Cover Photo by Federico Giampier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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