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담긴 택배 상자

by 송연

퇴근하고 집 현관문 앞에 도착하니 택배 상자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다.


머나먼 섬에서 홀로 고향을 지키며 살고 계신 엄마가 보낸 택배 상자다.

택배 상자는 우리 집 문 앞에 도착하기까지 배를 타고 바다를 거슬러 육지로 나와

여기저기로 옮겨져 찌그러지고 너덜너덜해진 모습이다.


고단한 여정이 묻어난 택배 상자를 얼른 들어 안고 집안으로 옮겨 놓는다.

거실에 들여놓은 택배 상자를 보고 있으면 고향에 계신 늙으신 엄마의 외로움과

그리운 바다 내음이 택배 상자에 함께 담겨 온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택배 상자를 열어 볼 때까지 설렘과 애잔함이 교차하는 미묘한 감정이

들어 쉽게 상자를 열지 못한다.


엄마는 택배를 보내려고 준비를 할 때부터 언제, 무엇을 택배로 보낼 거라고

전화하신다.

그리고 택배를 보낸 후 또 전화하신다.

택배가 도착할 때쯤 엄마는 다시 전화해서 잘 받았는지를 물으신다.


엄마의 택배는 자식을 향한 마음과 그 마음을 빙자한 엄마만의 외로움을 달래는

유일한 몸짓이고 화법이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겨울 동안 고향 집 마당 텃밭에 심고 가꾼 쪽파를 뽑아 담은

파김치가 비닐봉지에 겹겹이 싸여 있다.


비닐봉지를 뜯어 파김치 한가닥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엄마에게 전화한다.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전화를 받아 택배 잘 받았다는 딸의 말에 반가워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엄마에게 파김치가 너무 맛있다고 한마디를 덧붙이면 엄마의 목소리는 활짝 핀

나팔꽃처럼 환해진다.


나는 식탁에 파김치를 올릴 때마다 엄마의 외로움을 반찬으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