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시간도 고독을 위한 준비였다
찬란한 고독
아가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나는 감은 두 눈으로 고요한 심장을 두근거렸고
어여 나오란 당신의 눈물어린 부탁에도
태반을 붙잡고 대답하지 아니하였다오
그로인해 당신은 한참이나 피를 흘렸지
그렇게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나는 혼자였다오
일평생 나에게도 가족에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건만
모다깃비 내리듯 고독은 그들을 밀어내고 내 옆을 차지하네
나라는 아무것도 아닌 이는
나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을 피흘리게 하는 이
내미는 하이얗고 보드라운 손길을 마다하고
가시덩쿨로 그 손을 할퀴고
뒤돌아 고독으로 돌아가는
초라하고 비참하게 아무것도 아닌
고작 찬란한 고독만을 끌어안은
지저분한 어둠으로 낯을 검게 칠한
고독으로 돌아가는 찢어지는 아픔으로 걸어가는
아무것도 아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