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는 또 다른
그대만큼 아침을 닮은 이도 없었다
지난 밤
나를 차분하게 만드는
체온보다 조금 낮은 달의 온도를 배웅하고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아침과 산책하며
호수 위로 기지개를 펴는 물안개를 혹시 보았니
무표정한 얼굴을 한 바람에
아주 작은 파동이 일어 떠나가는
저 작은 너울을 잠시 가라앉히고
호수 위로 얼굴을 불쑥 들이밀어본다
아름다운 이
검녹빛 호수 거울에 비친 낯
그의 눈동자에 담긴 그대
그대만큼 아침을 닮은 이도 없었다
풀잎에 맺힌 이슬을 닮은 눈과
저녁놀을 닮은 햇살을 머금은 하늘빛 피부
가까운 듯 조금은 먼 저 언덕을 닮은 콧날이여
당신의 부끄러워하는 수줍은 미소는
오늘의 아침을 모두 담았네
어제는 잠이 오지 않았다
어제는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어제만이 아니라 늘상 그런 하루들을 부둥켜 안고 살고 있습니다.
새벽 3시, 4시. 때로는 5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고 아침과 점심의 사이쯤에 하루를 시작하는 소위 올빼미족의 생활의 굴레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세상이 아침을 품고 있다는걸 종종 잊고 살아가고 있네요.
아침
겨울 아침을 좋아합니다. 눈이 내리면 좋고 밤사이 눈이 내려 소복히 쌓여있다면 더욱이 행복합니다. 이제 막 해가 떠올라 어느 발자국 하나 없는 풍경이 좋아 눈이 오는 날은 밤을 새워 아침을 기다리기도 했었습니다.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날 자신은 없다는 걸 그간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내가 가질 수 있는 선택지는 밤을 지새우는 것이었더랬지요. 그렇지만 도시의 아침은 너무나 짧습니다. 작은 골목길에서조차도 해가 뜨기도 전 부지런한 누군가의 자동차 바퀴자국이 쌓이는 눈을 시샘해 짖이겨버리는데 열중하거든요.
그래서 겨울에 꼭 한번은 겨울 산을 올라갑니다. 일정과 동행에 쫒겨 어쩔 수 없이 여러 산을 돌아서 다니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지리산입니다. 걔중에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능선을 좋아합니다.
그 중간에는 장터목대피소라는 곳이 있습니다. 지리산에 있는 대피소중에 규모도 크고 현대화 시설도 잘 구비되어 있지요. 천왕봉으로 올라갈 때에는 이곳에서 하루를 묶고 해가 뜨기 전 길을 나서 천왕봉에서 아침해를 보는 것이 이곳 능선이 가진 하나의 매력입니다. 처음으로 지리산을 올랐던 길이 이곳이었기에 나에게는 또다른 각별함이 녹아있기도 한 모양입니다.
아. 겨울산을 오르는 이유를 말한다는걸 잊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겨울산. 그것도 평일중의 지리산은 등반객이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눈이 조금이라도 오는 날이면 앞서 지나간 이들의 발자욱도 금새 지워집니다. 그런게 아니더라도 고독한 등산객들이 지나는 작은 등산로를 제외한 나머지 여백의 공간들은 청설모 한마리 다녀간 흔적이 없는 순결하게 쌓인 고요한 처음을 간직하고 있음입니다. 그리고 나는 그 고즈넉한 여백을 짝사랑하게 되었지요.
첫 지리산 등반에서 장터목산장의 밤 중에는 눈이 내렸습니다. 바람도 많이 불었고 웅장하던 산의 풍경은 어둠속에서 함께 잠들고 있었고 다만 밤 하늘의 별님들만큼은 어둠 속의 불안을 위로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밤은 어린 날의 나와 함께 잠시 뒤 다가올 아침을 함께 기다렸습니다.
아침
그 누구도 산능성이를 가득메운 새하얀 아침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겁니다. 능선을 따라 흐르는 운무의 위대함에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겁니다. 산을 오르는 중간 바위 위로 얹혀진 눈을 한줌 쥐어 입 속으로 가져가 그 위대한 아침의 한 조각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아직 떠오른 해가 보이지는 않더라도 산 뒤로 오르고 있는 태양은 어느덧 아침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 친절함에 천왕봉 꼭대기로 오르는 거친 등산로에 아침의 영광이 일찍이 내리고 나는 그 위로 세상의 아침을 만끽합니다. 감동과 충만함 속에서 그리 오래지 않아 도착하게 된 산 꼭대기의 아침. 어느새 떠오른 태양이 맞이하는 아침이라니요.
아무래도 올해는 반드시 그곳에 나를 다시한번 담아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