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투로 당신에게 편지를 해야할까요
K에게.
안녕하세요
첫번째 편지를 쓰는 밤입니다.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어떤 말투로 써야할지부터 고민하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존댓말을 했었던게 기억났습니다. 그 때 나는 나이로 상하를 나누는 것은 이 지독한 사회라는 곳에서 하등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게되었음과 함께 쉽사리 사람을 가까이두려 하지 않았기에 존대를 하는 것은 당신들과의 선을 그어두는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때문에 당연히 한참 어린 당신을 존중하기 위해 그리고 이후의 만남은 없을것이라 생각했기에 당신에게도 존댓말을 했지요. 그 시작이 우리가 연애라는 걸 정식으로 시작했던 마로니에 공원에서의 그날 이후 반년 가까이 되도록 어색한 존댓말과 서로 이름에 '씨'를 붙여 부를줄은 몰랐지요.
이제 우리는 그 어색했던 시간보다도 더 어색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쓰는 편지에서 당신을 친근하게 대할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그 옛날과는 또 다른 의미로 나는 존댓말을 해야만합니다.
가끔. 아니 사실은 매일 어딘가에서 당신을 다시 마주치게된다면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얼마 전 홍대입구역에서 마주쳤던 그 때처럼요. 그 날 이전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아름답지 못한 순간이었습니다. 단 한마디도 없이 한숨을 내쉬며 빠른 발걸음으로 사라진 당신이 많이 야속했습니다. 그래서 슬펐고 정신을 차리고 난 뒤 뒤따라간 내 모습과 뒤따라 갔음에도 당신을 찾지 못한 나 자신이 정말 슬펐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마지막이 되어버린 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또 다시 당신을 어디선가 마주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는 날들입니다.
K. 혹시 그 날이 온다면 그리고 당신에게 한 마디 말을 건낼 수 있다면 나는 당신에게 존댓말을 하렵니다. 처음만난 사람처럼 말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눈 위로 쌓인 눈 처럼 새하얗기만 한 세상에서'첫눈에 반했습니다'라고 갓 쌓인 눈 위로 꽁꽁 얼어버린 손가락일지라도 꾹 참아내고 써내려가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매일같이 이런 이루지 못할 상상을 하며 오늘도 눈 내리는 밤 저 깊게 쌓인 눈 속에 나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