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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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합니다
피곤이 쌓여 잠이 많아졌습니다. 일이 많아진 탓도 있고 당신도 아시다시피 이기지 못하는 술자리에 컨디션이 꽤나 나빠져버렸습니다.
꽤나 혼란스러운 나날입니다.
선택할 일들이 많아졌고 해야할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해야할 일들을 만들어 계획해 두어 하나 둘 준비하다 예상치 못하게 일이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을 다른이에게 이렇게 설명했었습니다.
나는 평평한 눈밭에서 눈을 모아 눈덩이를 만들어 나가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눈덩이를 비탈길에 굴려버리고 말았다고.
그래서인지 며칠간의 나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살펴보니 여기저기 많은 곳들을 다녔고 맛있는 것들도 많이 먹었습니다. 몸 관리를 하겠다며 한동안 먹고싶은 걸 먹지도 못하고 살았었는데 짧은 시간동안 보상을 받듯 많이도 먹어버렸습니다.
살펴보던 참에 피드를 아래로 한참 내려보았습니다. 그 속의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사진은 예쁘게도 찍었고 찍혀있는 장소는 아름다웠고 나의 표정에 슬픔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들은 나의 슬픔을 도저히 알아챌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혹시나 당신이 나의 계정을 살펴본다면 당신이 없는 나의 삶이 행복하게만 보여졌겠지요?
스토리를 열어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적어 올리고 싶어 한참을 열어 두었습니다. 사진이 없는 배경에 여러분이 보는 것과 달리 나는 비루하고 비참하여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궁핍하고 궁상맞은 인생이라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고 그것을 나는 전혀 숨기고 싶지 않습니다. 나를 포장하여 얻고자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앞으로 어떤 사진들과 어떤 이야기들을 올려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그저 그런 시 따위나 올려야 하는 것인가 싶기도하고 풍경사진들이나 올리며 피드의 색이나 맞춰 나가야 할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올리지 않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습관이 되어버렸음과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사람들과의 소통만큼은 끊어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는 그냥 하던대로 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슬픈 모습을 그다지 보고 싶어하지 않지 않습니까. 슬픈이야기는 나 홀로 감내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계정을 한번씩 눌러보곤 합니다. 물론 내가 먼저 끊어버린 당신의 계정은 비공개로 설정이 되어있기 때문에 당신이 어떤 사진을 올리는지 나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게 거기까지 입니다. 하늘을 올려다 보듯 밀려오는 바다의 파도를 바라보듯 당신의 계정을 바라보는 일. 그저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겠습니다. 훗날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을 꿈꾸며 살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화이트데이라는 연인들의 날이었기에 당신이 조금은 더 그리웠었습니다. 조금 더 열심히 꿈꿔 보겠습니다.
마음으로 보낸 달콤함만이 어느 꽃향기로 당신의 코끝에 담겨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