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지는 수첩과 바빠지는 하루
채워지는 수첩과 바빠지는 하루
편지가 점점 뜸해지고 있습니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읽어줄 당신이 없어 미안한 마음이 밤하늘에 흩어져 버립니다.
간만에 편지를 쓰며 왜 뜸해졌냐 토라지던 당신이 없어 괜시리 제가 토라진 밤입니다.
피곤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피곤하지만 힘들지는 않은 날들입니다.
반복되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의 색이 짙게 드리워져 있지만 저는 당신에게 다짐이란 약속을 했지 않습니까.
우선은, 일단은 괜찮은 사람이 되어보겠다구요
어찌보면 당신이 원치 않아할 선택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싸한 안정적인 회사에 취직해 월급을 받고 차곡차곡 모아가는 삶 말이지요. 하지만 저는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결국에 당신이 필요로 하는 선택은 지금 제가 한 선택이 이뤄내야할 그럴싸할 결과여야만 한다는 것을요. 서른 중반이라는 나이에 다시 바닥에서 시작해야하는 저는 다른 이들보다 조금은 서둘러 많은 것들을 이뤄야하고 더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실은 당신이 원하던 나름 괜찮은 회사에서 와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많은 고민을 하다 결국엔 내가 만든 가게를 내버려 둘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매장의 직원을 내보내고 직접 운영을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지출을 줄이고 매장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단골들을 다시 맞이하고 메뉴를 개편하고 빵을 직접 구워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어 일말의 희망의 빛이 보일듯 합니다.
예전에 다닌적이 있던 또다른 회사에서는 다시 돌아와 달라는 요청이 왔지만 대표와 마인드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여건도 맞지 않아 거절은 했지만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외부에서 일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별도로 계약을 맺고 월 활동비와 성과에 대한 수수료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하려는 일들의 행정적인 부분에서 되려 제가 도움을 많이 받을 수도 있는데다가 활동영역이 비슷해 괜찮은 조건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일이 바빠지고는 이 또한 조금 늘어지고 있긴 하지만 손에서 놓지 않으려 부던히 애를 쓰고 있습니다. 몇번 편지에도 썼었지만 이나이 먹도록 그럴싸한 자격증 하나 없다는게 부끄러워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다들 한다는 주식이지만 벌써 두 해가 훌쩍 지나도록 사람들을 모아 공부를 하고 있고 근 몇달 동안은 괜찮은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 알량한 투자금이란게 얼마 없어 속이 쓰릴지경입니다.
글을 꾸준히 쓰고 있고 책을 쓰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면서 컨텐츠라는걸 꾸준히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저에게는 자산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너무나도 없어서 이렇게 직접 쓰고 만드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많지가 않습니다. 조금더 나아가서 글을 쓰는 사람들을 모아 모임을 주선하고 관리해 주는 일도 해보려고 준비중입니다. 아직 글을 써보지 못한 사람들의 글을 쓰고 싶어하지만 두려워 하는 마음을 보듬어 주는 대신 조금의 수고비를 받는 일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운영을 해보았던 경험이 있고 내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자투리 시간들을 돈을 버는데에 쓸 수 있고 제가 가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감사히 받아들일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로만 간략히 적는데도 무언가 많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의 일정을 정리하느라 제 수첩은 하루하루 글씨로 가득차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적는 것들보다도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세세하고 자잘한 것들을 포함하면 말이지요. 그렇다고 모든것들을 계속해서 안고 가겠다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그 안에서 갈무리 해나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 가보겠습니다.
조금은 제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 있으셨을까요.
제가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아직도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자리를 이만 비워야겠습니다.
내일은 감사한 분들과 한잔의 술자리가 있어 편지를 이어서 쓰지는 못하겠지만 그 다음날을 잊지 않고 편지를 꼭 쓰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꿈 속에서마저 당신을 그리워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