썼다 지우는 보고싶다
썼다 지우는 보고싶다
하루에 몇번씩 잠시 쉬어갈 때가 있지요
커피를 마시거나 길을 가다 벤치에 앉거나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걸터 앉거나 말이에요
일을 하다가도 잠시잠깐 손을 놓고 쉬어갈때도 많이 있겠습니다.
저는 그럴때마다 메신저 창을 열고 당신의 계정을 한참이나 바라봅니다. 보고싶어서요.
그러다 아주 가끔. 정말로 아주 가끔.
마음의 상처가 흉터가 되고 그 흉터 위로 다시 상처가 덧나기를 수차례 반복하다 꺽꺽 숨이 넘어갈 듯 울다 지칠 때 대화창을 열어봅니다. 대게 그런 시간은 아무도 없는 혼자이거나 깊은 밤입니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합니다. 보고싶다구요.
몇 번을 반복하는지는 세어본 적이 없어 알 수가 없습니다. 눈물이 마르고 가슴의 아픔마저 말라버렸다 싶으면 떠 있던 해가 저물어 별이 떠있거나, 어제의 밤 자리에 오늘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음에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쓰고 지우길 반복하며 한번씩 나는 못된 욕심이 나곤 합니다.
실수인척 한번 보내버리고 싶었습니다. 보고싶다고. 보고싶었다고. 그래서 쓰고 지우는 중간중간 전송버튼 위에서 엄지 손가락이 한참을 머물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의 부끄러움은 그런 나의 욕심을 이겨내어 버립니다. 나의 초라함과 미안함은 흔하디 흔한 옛 연인의 질척거림이나 술김에 토해내는 미련마저도 가로막습니다.
궁금하기도 합니다.
보고싶다는 말을 들은 당신이 어떤 표정을 짓게될지요. 혹시나 기다리고 있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안되겠지요. 당신의 잊혀진 아픔을 헤짚어 아프게 만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픈건 나 하나로 충분합니다.
K. 나는 앞으로도 수많은 시간들을 메신저 창 위에 보고싶다고 썼다 지우길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쓰면서 숨소리보다 작은 소리로 읇조려보기도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몹시도 당신이 보고싶습니다.
이쁘지도 않은 당신의 그 사랑스러운 모습이 참 많이도, 서럽게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