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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째 밤

더 없이 아름다웠고 한 없이 소중했다

by 숨결
더 없이 아름다웠고 한 없이 소중했다




"미워하지 말아야지"

최근 마음 속에 항상 품고 있는 말입니다.

상처 받지 않으려면 미워하지도 말아야하기에 자기방어의 최선의 수단으로서 제 마음의 테두리에 단단히 둘러쳐 두었습니다. 하지만 천성이 쉽사리 묻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미워하는 마음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럴때마가 가슴을 두드리며 그러지 말아야지. 미워하지 말아야지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그러면 안되는데, 그래서는 안되는 일인데 저는 갈 수록 K 당신을 미워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만 있습니다. 그만큼 당신은 나에게서 잊혀지지 않고 깊어져만 가는 그리움으로 고착화된 아픔이 되어가고 있나봅니다. 끊임없이 대화를 하거나 피아노 연주에 취하는 시간이 아니라면 당신의 얼굴을 내 머리 속에서 그려가는 붓놀림의 쉬어감이 없습니다. 붓은 부드러운 털오라기가 아니라 날카로운 칼날로 만들어져 있는지 당신이 그려질 수록, 그려진 당신이 내 마음에 쌓여갈수록 나는 더 아파져만갑니다. 그래서 자꾸만 미워해서는 안되는 당신이 미워집니다. 또 그래서 나는 하루에 몇번이고 가슴을 두드리며 미워하지 말아야지하다 어느새 시퍼런 멍이 가득히 들어버렸습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작은 눈. 콧대가 있는건가 싶은 낮은 코. 웃을때마다 보이는 덧니. 그리 많지도 않은 머리숱에 잦은 염색과 미용으로 상해버린 머릿결. 사진을 찍을때마다 가리려고 애쓰는 둥글동글한 얼굴. 작디 작은 키에 매일 빼야 한다는 살은 한번도 빠진적이 없어 언제나 토실토실한데다 엉덩이하나만큼은 저보다도 커다란 당신입니다.


작은 잔소리 하나에 쉽게 상처받아버리고, 이해한다고 말만 하고 항상 토라져 사람 마음 불편하게 하던 사람입니다. 조물조물 어린아이마냥 만들고 놀기 좋아했지만 무얼 특별히 잘하는게 있기나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받는거 말곤 욕심이란게 없는 사람이라서요. 세상 물정 하나 몰라 다 큰 성인이 맞기나 한건지 친구들에게 핀잔을 듣고 오는 당신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한심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당신을 만나 당신이 몸담고 있던 기존의 교회에서 데려나오지 않았다면 당신은 당신의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교회에서 보내며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여행을 다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쌓으며 당신의 삶을 채워나가기나 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일을 할 수 있도록 단 몇달만의 시간을 허락해 달라던 나의 간절한 요청을 들어주지 못한 당신입니다.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로인해 이별하게 될거란 나의 말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 이별의 모든 원망을 나에게 쏟아낸 당신입니다.


나는 그런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사랑합니다.

K 당신이 어떤 못난 사람이었던지간에 당신은 그저 나의 사랑이었다는 사실만이 중요합니다.

나는 당신을 평생 사랑하겠다 약속했고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아직 사랑하고 있음이 중요합니다.


더 없이 아름다웠고 더 없이 소중했습니다

그것이 당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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