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번째 밤

다쳐버렸습니다

by 숨결
다쳐버렸습니다



많이 위험할 뻔 했습니다

한번씩 상상했던 외롭던 집에서 누군가 찾아올 때까지 외롭게 기다리는 일을 정말로 하게될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지금도 그리 넉넉하진 않지만 이전에 머물던 단칸방은 무엇하나 여유롭게 둘 곳이 없어 운동기구라고 어디 자리잡게 할 여유는 당연히 없었습니다. 그래서 문 틀에 걸쳐두는 턱걸이용 철봉을 하나 사서 가끔 운동을 하곤 하다 이사를 와서도 설치를 해서 사용을 했습니다. 한동안 잘 사용을 해오다 조금 기울어짐이 눈에 거슬리고 조금 더 높이 설치했으면 하는 마음에 떼어내고 다시 설치를 했던게 화근이었나 봅니다.


다시 멋지게 설치를 하고 뿌듯한 마음에 힘차게 몸을 들어올리고 다리까지 들어올렸습니다.


부웅


아주 잠시잠깐 몸이 가벼워지는. 어? 하는 정말 아주 잠깐의 기억 말고는 바닥까지의 과정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나는 거친 충격음과 함께 바닥에서 뒹굴었고 숨을 쉴 수 없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오래전이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홀로 속으로 '숨쉬어. 숨쉬어. 숨쉬어.'를 계속 되뇌며 가슴근육에 힘을 주어 억지로 숨을 쉬도록 만들었습니다. 곧 숨을 쉴 수 있게되자 짜내는 듯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습니다. 그제서야 제대로된 고통도 밀려들어왔습니다.


그 충격의 마무리와 같은 아픔을 하루가 지난 지금 고스란히 견뎌내고 있는 중입니다. 팔꿈치와 허리에 멍이 들었고 등 근육이 전체적으로 크게 울렸습니다. 뒷머리 충격도 적지는 않았는지 아직 약하게나마 뇌진탕 증세가 남아있는 중입니다.


어젯밤 점점 심해지는 아픔 속에서도 나는 웃음이 났습니다. 그 와중에도 나는 또 이런 모든 것들을 당신과 연관짓고 있었으니까요. 아...이런 아픔도 당신을 그리워하는 아픔에 비할바는 되지 못하는 구나.라는 낯간지러운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아픔을 한발짝 뒤에 떨어져서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조금 어렵겠지요? 매일같이 두통에 시달려 오며 살아왔는데 어느날 발가락 하나가 아파 '아 이제 발가락도 아프구나'하는 느낌이라면 이해가 갈까요?


아픔이 익숙해진 삶이라니 참으로 잔인하기 그지없습니다. 사실 간신이 숨을 다시 쉬며 바닥에 누워있는 동안 조금의 실망도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이대로 끝이었어도 나쁘지 않았을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역시나 기대가 없는 미련만이 남은 나날이란 이런 무미건조한 결말마저 받아들이려고 하는구나 씁쓸하기까지합니다.



침대에 누워 통증에 잠을 이루지 못해 깊은 새벽을 맞이할때까지

아파서 눈물이 나지는 않는데

아팠거나 다칠뻔 했을 때마다 속상해하고 걱정해주던 당신의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났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었던 적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에 그래도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K 당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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