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이 당신을 마주보고
거짓말같이 당신을 마주보고
시간이 흐르고 있는지를 피어가고 있는 꽃잎으로나 깨닫는 하루하루입니다.
때문에 오늘이라는 날이 만우절인지를 하루 중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K 당신은 회사라는 곳과 친구들로부터 많은 장난을 주고받으셨을런지요. 오늘 하루 즐거우셨을런지요.
오늘은 버스를 타고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요즘은 꽤나 자주 버스를 타고 다니는 중입니다. 막히는 도로의 답답함도 답답함이거니와 며칠 전 하루 중 절반을 서울의 꽉 막힌 도로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녹초가 되고나니 진절머리가 나버리기까지 해버렸습니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은 참 멋진 세상이었고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꽃이 이리도 예쁘게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태어난 듯 처음인양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햇살에 꽃을 피춰봅니다. 그늘진 땅의 꽃을 손 위로 살짝 얹어보기도 합니다. 떨어지는 꽃잎에 혹 향기가 아직 묻어 남았나 코 끝에 가져가 봅니다. 오늘은 그런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버스 차장 밖을 바라보며 나는 또 엄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오늘 서울 길가 어딘가에서 당신을 마주치는 그런 상상입니다. 전에는 그런 상상을 하면 어떤 말을 해야할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고민을 참 많이도 했었지만 오늘은 어떤 거짓말도 용서가 되는 날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당신을 마주친다면
"지금 이건 거짓말이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하루는 괜찮아."라면서 당신의 손을 잡고 마치 일년 전처럼 꽃비가 나리는 나무아래 앉아 흐르는 강물이나 호수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아무것도 아니라 소중하게 나누고 싶습니다. 그러다 하루가 다 지나는 자정이 될 때쯤엔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처럼 서둘러 호박마차를 타고 돌아가며 거짓말인 오늘 하루가 너무나 행복했다고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인사를 건내야겠지요.
그런 하루가 이미 다 지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거짓말조차 허락되지 않는 하루입니다.
오늘도 꽃이 피었고 내일도 새로운 꽃이 필테고 조만간 꽃들은 지고 능청스럽게 다가온 여름을 우리는 맞이할것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매년 나에게 그닥 의미가 없던 만우절이란 날이 꽤나 괜찮은 상상을 해볼법한 날이 되었다는 사실은 꽤나 괜찮은 일입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을 길에서 보내보려고 합니다. 당신을 거짓말처럼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