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별꽃이 떨어지면
봄날에 별꽃이 떨어지면
봄날에 분홍빛 벚꽃들이 피었다 눈치없는 봄비에 이르게 꽃잎들은 낙화(落花)했습니다.
그 자리는 연두빛 새순 잎파리들이 차지하겠지요. 이 또한 어찌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딱 이때 즈음이면 서울 외곽을 지나 경기도의 어느 한적한 곳, 강원도로 넘어가는 고속도로 방음벽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산비탈, 경부선을 타고내려가다 국도로 빠져 경상도 어느 지역으로 들어가는 초입의 과수원에는 배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화(梨花)의 꽃말은 온화한 애정, 위로, 위안입니다.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봄날의 꽃에 퍽이나 어울리는 꽃말이라고 생각되지 않으신가요.
고등학생 시절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살았던 저는 아주 이른 아침에 집을 나와 가끔은 시골길 쪽으로 조금을 돌아서 등교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길가에는 배꽃이 가득한 과수원이 있었는데 봄날동안 배밭 가득 피어있는 꽃들을 바라보면 저는 또 재미있는 상상을 합니다.
지난 밤 하늘에 떠 있던 별들이 목욕할 곳을 찾아 내려온 선녀를 따라 내려와 즐겁게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덧 해가 떠올라버려 하늘로 다시 올라가지 못하고 배나무에 매달려 배꽃이 되어버렸다고요.
세상의 모든 아침이에 해가 떠오르 듯, 세상에 봄이 찾아오면 제 마음도 그 아름다움에 물들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물든 아름다움이 충만한 행복으로 기억되는지 공허한 아픔으로 기억되는 시절인지는 때마다 다르겠지요. 그리고 K 당신이 없는 올 봄은 공허한 아픔으로 기억되는 시절이겠습니다. 다만, 그 와중에 아름다움으로 물든 제 마음 속에도 배꽃들이 피어 배밭의 평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따금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그 곳으로 찾아가 눈에 담뿍 담아 오곤 합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 배밭의 꽃들은 당신과의 추억이과 당신이 내게 주었던 사랑의 속삼임이 하늘이 별이 되었다가 떨어져 내려와 잠시 쉬었다 가는 아이들이라고. 그래서 내 눈에 담뿍 담아진 저 꽃들은 모두 당신과의 추억이라고 말입니다.
오늘도 잠시 배밭에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고나면 나는 펑펑 울곤하지만 그래도 보고싶어지는 소중한 곳이 그곳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