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대로 내버려 두나요
나를 이대로 내버려 두나요
K. 나는 오늘 조금 토라져있습니다.
왜냐고 물어줄 당신이 옆에 없기에 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편지에 담아 써내려갑니다.
요즘의 나를 돌이켜보면 나는 당신이 싫어 할만한 짓들을 참 많이도 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당신이 싫어했던 모습이라 이런 하루들을 살아가도 괜찮은걸까 불안해질 지경입니다.
기억하실까요
우리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당신과 연인이 되기 이전에 이미 잡아두었던 약속이 있었었지요.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허락을 구했었습니다.
당신은 정말 무심하게도 '그래'라고 대답했지요. 여자 셋과 남자는 나 혼자뿐인 그 약속을요.
조금 많이 속상했습니다. 당신이 나를 별로 사랑한다고 느껴지지 않아서요.
그래서 나는 일부러 약속장소에서 그 여인들과 다정해보이는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고 모조리 SNS에 올려버렸었지요. 당신이 질투해 주었으면 해서요.
그제서야 당신은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못되게도 당신이 질투해 주어서 나는 참 좋았습니다. 그제야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느껴졌거든요.
요즘 나는 일부러는 아니지만 주변에 당신이 싫어할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당신이 아닌 여자들이지요.
당신이 없는 빈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만
그 만남 속에서 당신이 정해준 규칙은 하나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리 허락을 받고 만날 것. 단 둘이 만나지 말 것. 혼자 남자이지 말 것. 술 마시지 말 것. 웃어주지 말 것.
당신이 없어 자유를 얻어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내가 해야할 일들을 해나가다보니, 그 사이에 당신이라는 울타리가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그리 되어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나는 알게 된것이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 말해줍니다.
때로는 내가 그분들의 남자이길 원하기도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좋은 인연을 만들어주려 애쓰기도 합니다.
당신이 있었다면 몇날며칠을 혼쭐이 날 일들입니다.
물론 나는 응하지 않습니다.
당신과는 달리 아직 내게는 오직 당신만이 나의 사랑이기때문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당신은 이런 나를 이대로 내버려 두고 싶은지요.
당신이 있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지금 내 모습을 이대로 내버려 두고 싶은지요. 당신은 이런 내 모습과 일상들을 상상이나 하고 있으련지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나를 책망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안된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해야할 일들과 내가 하고픈 모든 일들을 포기해버리더라도 당신이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고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게되는 내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미안하지만 울며 내 앞에 나타나 그러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당신이라도 보고싶은 오늘입니다.
나는 내일도 당신이 싫어하는 내 모습과 일상에서 살아가야합니다.
그 속에서 나는 기다리겠습니다. 그러지 말라고 말하러 달려오는 당신을요
오늘도 결국 새벽이 깊어져버렸네요.
오늘도 이렇게 허무하게 편지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기억해주세요
아무리 이런 나라도 당신이 하지말라 말한다면 하지 않았던, 하지 않을 나를요
굿나잇. 굿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