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침대
심야의 침대
안녕하세요 K
오늘도 자정이 넘은 지금 나는 잠들지 않고 있습니다.
술을 마시거나 스트레스와 피곤에 찌든 날이 아니고서야 대게 당신보다 한참이나 늦게 잠드는 저였기 때문에 당신이 잠드는 걸 지켜보는 것은 내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 당신이 잠이 들지 못하는 날들이 있었던게 생각납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을 해야하는 당신이었지만 이유없는 불면증에 깨어있는 만큼 잠들 수 있는 시간을 갉아먹었지요.
이제와 드는 생각이지만
당신은 그렇게 잠못드는 밤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모두가 잠든 밤.
천장의 형광등마저 잠들어 버린 그 밤에 깨어있는 것은 오로지 정신뿐인 시간에 어둔 방안에서 의미없이 깜박이는 눈을 뜨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지금의 나 처럼 당신은 혹시 내가 보고싶었던 걸까요.
잠들지 못해 힘들다며 나에게 전화 했지만 눈치없이 왜 잠들지 않느냐 타박하는 나를 보고싶어 했던걸까요.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럴 때가 있습니다.
잠을 깨우는 소음에 잠못드는 밤이 아닌
잠들라 속삭이는 아주 깊은 밤의 고요한 정적이 나를 잠 못이루게 만드는 밤.
어둠과 정적속에서 또렷이 떠오르는 기억들을
한편의 영화처럼 감상하며 아주 오래 잠못이루는 밤
요즘의 나는
이불의 부스럭 소리. 그리고 나의 심장고동소리만이 들리는 내 침대 위에서는
잠 못이루는 밤에 당신이 주인공인 영화를 상영합니다
그 영화는 우리가 만났던 시간만큼 기나긴 러닝타임에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지 않는 아주 슬픈 새드무비입니다
오늘밤은 슬퍼 격해진 감정에 너무 커져버린 내 심장소리가 고맙습니다
침대에 묻혀 죽어가듯 잠을 기다리지 않고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도록 깨워주었으니까요
K.
당신은 내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며 잠 못드는 밤이 있을까요
혹시 거기에 나오는 나는 또다시 어서 잠들라며 타박하고 있지는 않나요
언젠가
우리가 다시 잠들지 못하는 깊은 밤 서로의 목소리를 속살일 수 있는 날이 있다면
그땐 잠들지 말라고 한번쯤은 보채보고 싶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하루밤만은 오직 나만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봐달라 부탁해보렵니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없는 모든 날에는
굿 데이. 굿나잇.
편안함 밤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