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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육지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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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
Jun 6. 2021
휴일의 육지거북
여름날의 일요일입니다.
어디 경치 좋은 곳으로 나들이 나가셨나요?
저는 어제 조금 지쳤던 탓인지 늦잠을 자고는 느지막히 매장으로 나왔습니다.
하루 집에서 쉬면서 쓰고있는 책 작업을 할까 싶었는데
오늘도 매장으로 지인들이 찾아온다기에 꿈지락꿈지락거리다 오늘의 세상을 만나봅니다.
버스에서 내려 강남 한복판에 도착해 저는 서점과 햄버거가게를 거쳐 매장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계획된 동선위로 걸어가며 세상을 구경합니다.
휴일의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다릅니다.
평일간의 사람들의 표정은 어딘가 바쁘고 쫒기는 모습인데
휴일날의 사람들은 어딘가 여유롭고 연인과 친구들이 함께인 이들에게서는 사랑이 표출됩니다.
그 가운데 나라는 사람은 초원 위의 한 마리 육지거북이처럼
몹시 무표정한 모습으로 터벅터벅 길을 걷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속으로는 새로운 책에 대한 설렘도 조금. 좋아하는 햄버거를 맛볼 기대 조금이 있어
싱글싱글 웃어볼 요량도 없지 않지만 반대로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당신과 만나던 나는 기분이 좋은 어느 날에는 어디에서건 입꼬리에 힘을 주고 웃는 연습을 했습니다.
'나 지금 기분이 좋아.'
'기분이 좋은 오늘의 내가 너를 만나러 갈거야.'
내가 가진 기분좋은 오늘을
조금 뒤 당신을 만나서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웃어
모습으로 알려
주려고 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럴 날들은 내겐 없지요.
매장에 도착해 포장해 온 햄버거를 우걱우걱 먹는 모습도 어쩐지
먹이를 먹는 육지거북의 표정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누군가 나를 본다면 정말로 거북이를 닮았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나를 당신이 알고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다면 언젠가 동물원에서든 TV에서든, 아니 어디 인터넷의 어딘가에서든 육지거북을 본다면
나를 떠올리지 않을까해서요.
K
오후가 높아집니다.
생각보다 해가 뜨겁습니다.
나들이를 나가셨다면 언제나처럼 작은 양산하나 펼쳐 당신만의 그늘 속에서 평안해주세요
휴일날의 거북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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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을 위로하고-나와 당신이 성장하길 바라며 시집<너라는의미 너라는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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