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번째 밤

배고프고 싶습니다

by 숨결
배고프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K

흐리지만 그럭저럭 바깥 나들이 하기엔 적당히 선선한 날입니다.

식사는 하셨나요?


저는 꽤 오랫동안 식사를 많이 거르는 날들입니다.


카페 매장에 나오면 근처에 마땅히 먹고 싶은 먹을거리도 없고

항상 혼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어떤 맛있는걸 먹어도 감흥이 크지가 않습니다.


'맛있다.' 한 숟갈씩 떠다

'맛있어.' 한 젓가락 올려

'여기 괜찮다. 다음에 또 오자' 냠냠 먹던 버릇을 아직 벗어내질 못했나봅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혼자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버릇으로 덮어버리기 전까지는 정말 여든까지 가버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끼니를 거르는 날들이 있어 내심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언제나 묵직하게 불러있는 배와

그 배를 감싸는 바지 허릿단이 조여와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의 갑갑함을 탈피하듯 훌러덩 옷을 벗어던져버리는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어지간한 옷들은 나를 괴롭히지 못합니다.

끼니를 먹지 않을 수록 나는 말라가고 내 배는 숨어버리거든요.


아침. 저녁 욕실로 들어가 벗은 몸을 거울에 비춰볼때면

불룩하니 아랫배가 튀어나오지 않은 내 모습이 나쁘지가 않습니다.

반대로 튀어나온 배는 너무 미워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배가 고픈걸 즐기곤합니다.

배가 고파 아플지경이지만 내가 나를 미워할 모습에서 벗어나 있으니까요

하루종일 커피 몇잔과 바나나정도로 버텨가며 현기증이 일어도

내가 나를 미워하지 않게되니까요


언젠가는

내가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을 넘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날이 올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그런날이 올 수 있을거란 기대는 없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했던 때는

내 평생에서 오직 K 당신을 사랑했던 그날들 뿐이거든요


K

당신은 지금의 당신을 사랑하고 있나요


꼭 그래야만 합니다.

당신은 사랑받을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니까요.


오늘도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친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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