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전거
내 자전거
재작년쯤 이었을까요.
의정부 망월사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살았던 그 때
나는 자전거 하나를 데려왔습니다.
슬프게도 그 녀석위로 올라탔던 것은 서울 한복판에서 의정부로 가져왔던 그 날 단 한번이었습니다.
안장이 맞지 않아 정비를 좀 맡기고 난 뒤에 타야지.
날씨가 알맞을 때 타야지
시간이 널럴할 때 타야지
갖은 핑계로 몇 달을 미루다 나는 춘천으로 일을 하러 가게되면서 급하게 이사를 가야했고
마땅히 보관할 곳이 없던 그 녀석을 오피스텔 자전거 거치장에 내버려 두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하죠.
더군다나 나는 녀석을 데려올 시간도 여유도 없어
이후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비겁하게 녀석을 잊고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전거란건 너무도 흔한 단어라서 언제고 생각이 나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들과의 대화에서도 종종 튀어나오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나는 녀석을 잊을만 할때쯤이 될때마다 다시 녀석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렇게 나는 녀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K. 지금은 이니셜로 부르는 이름이지만
당신의 본래 이름도 참 흔하디 흔한 단어이고 흔하디 흔한 이름이지요.
어느 누구라도 한 달에 한 번은 알게 모르게 당신의 이름을 입에 담을것입니다.
길거리의 간판에도 인터넷의 뉴스에도 당신의 이름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내 속의 휘몰아치는 복잡한 갈등 중
당신을 잊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지 않음에도
어쩔 수 없이 잊을 수 없는 당신으로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내일 의정부로 자전거를 가지러 가 볼 요량입니다.
아직까지 그곳에 남아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내 옆에 남겨둬야 할 지, 어딘가로 버려졌음을 확인 해야할지요.
그리고 언젠간 비슷한 고민과 결정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의 이름을 내 안에 남겨둬야 할지
나는 당신에게서 완전히 버려지고 잊혀졌음을 확인해야 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