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한번째 밤

소나기

by 숨결
소나기




오늘은 편지를 쓸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또 글을 적고 있습니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제 마음도 소나기 내리듯 변덕이 생겼나봅니다.


저는 지금 손님이 없는 카페 매장에 홀로 앉아

무작위로 선곡한 재즈 음악을 들으며 노트북 앞에서 보이지 않는 당신과 마주하고 있네요.


K

요즘의 날씨처럼 나라는 사람도 참 알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떤 하루는 무겁고 진지한 모습이었다가

또 어떤 하루는 가볍고 경쾌하기가 그지 없습니다.

그 중 많은 날들은 빗속에서 상처입은 새처럼 힘없이 우울합니다.


우울하다가도 혹시 모를 희망으로 힘을 내보려고도하고

넘치는 의욕으로 하루를 채워나가다가도 깊이를 알 수 없는 무기력의 늪에 빠지기도 합니다.


당신에게 보낸 지난 편지들을 보더라도 그런 종잡을 수 없는 내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집니다.


당신과 함께하던 시간에서는 적어도 무기력해지는 날들은 없었던거 같은데

힘들고 지쳐도 당신의 품에서 위로 받을 수 있었던거 같은데

지금의 나에게는 무기력의 늪에서 나를 끌어올려줄 가느다란 새끼줄 하나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발목까지 잠겼던 무기력의 늪속으로 어느새 가슴팍까지 푹 잠겨졌습니다.


그 와중에도 나는 늪 밖으로 꺼내달라 팔을 뻗어두지 않네요

두 팔은 가슴 위로 살포시 얹어두고, 조용히 눈을 감고, 숨소리조차 방해되지 않게 고요히 잠겨들어갑니다

그런 날들이 지나왔고 앞으로 지나갈겁니다


어느새 비가 그쳤습니다. 소나기란 그런것이지요

오늘의 소나기같은 짧은 편지는 비와 함께 그치겠습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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