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여섯 번째 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이 익숙해지는

by 숨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이 익숙해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하고 있던 일들과 하려고 했던 일들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일'

글을 쓰는 일도 시 쓰기, 웹소설 쓰기, 장편소설 쓰기, 전문서적 쓰기, 당신에게 편지쓰기가 있었습니다


'공부하기'

건축기사 공부를 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영어공부를 시작했었습니다

아참. 주식과 가상화폐 공부도 포함해야겠네요


'운동하기'

홈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우고 가끔 밖으로 나가 달리기를 하며 유산소 운동을 했었습니다


'돈벌기'

카페를 운영하고 틈틈히 강의도 나가야했습니다

영업도 뛰어야 하고 쇼핑몰도 만들고 있었습니다

유튜브 운영도 하고 있었지요


'사랑하기'

부모님께 안부 연락도 자주 드려야했고, 주말마다 조카들을 보러 가려고 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내 친구들의 얼굴도 보아야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해야했습니다

매순간 당신을 그리워해야했고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않아야 했습니다


간추리고 간추린 내용들이 이정도이고

잡다한 것들을 포함하면 아마 내가 적은 것들의 배 이상으로 내가 해야할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런 것들을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 타의적으로 해야할 일들을 제외하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겨우


'카페 운영하기', '일주일에 한번 진로 멘토링 수업', '일주일에 한번 영어공부'

이정도 입니다.


글을 쓰는 일은 여전히 시를 쓰고,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지만

예전처럼 매일같이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 지루하고 또 지루해질 때서야 겨우 한 글자 타자를 쳐보는 정도랄까요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민망할정도지요


전에도 제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지요?

그때와 지금이 조금 다른 것은


그때는 돌산에 깔린 손오공이 된것마냥

당신을 그리는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당신에게 다시 돌아가려는 거친 몸부림에 지쳐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었다면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나름 즐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 왜 이러고 있지?' 싶지만

한결 편해진 마음에

'나쁘지 않은걸?' 하고 있습니다


바보가 되면 세상이 행복하다는데 지금이 딱 그런 모습입니다


네. 당신을 그리워한 일도 하지 않고 있네요

글을 쓰듯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지쳐갈때서야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냥 이렇게 점점 바보가 되어가고 싶습니다

바보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않고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는 내일을 맞고 싶습니다


바보.

제 별명으로 붙여도 썩 기분이 나쁘지 않을것 같네요


뭐 그렇습니다

저는 이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해서 편지를 짧게 끊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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