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일곱 번째 밤

고양이 카페

by 숨결
고양이 카페




안녕하세요 K

이번에도 오랜만에 쓰는 편지입니다

한동안 책과 수첩과 노트북이 제 손으로 펼쳐지지가 않아 편하기도하고 걱정되기도 했는데

한번 독하게 마음을 먹으니 다시금 글이 손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입니다.


날씨가 너무 화창해 나가지 않으면 서러울지도 몰랐던 지난 주말에

친구들과 밥을 먹고 미술관으로, 카페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우리가 들렀던 카페는 고양이 카페로

크지는 않지만 아담한 공간 속 방으로 나눠진 곳엔 고양이들이 가득했고

방보다 조금 컸던 홀에는 강아지들이 가득했습니다.

다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우리는 고양이들이 가득한 방으로 들어갔지요


나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고양이들을 바라만 보았습니다

조용히 쉬고있는 아이들을 귀찮게 하기 싫었기도 했고 그저 바라만 보아도 예쁘니까요


그런데 자리를 잡은지 오분도 되기전에 짧은 털을 가진 줄무늬 고양이 한마리가 품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아이는 허벅다리 위에 자리잡고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댄채 눈을 감았습니다

나는 한쪽 팔을 내어주어 좀 더 편히 잠들도록 머리를 받쳐주었고

남은 한쪽 팔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기분이 좋았다면 골골거릴만도 했을텐데

아이는 많이 졸리웠는지 너무도 빨리 아주아주 깊은 잠에 빠져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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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뒤척임 한번 없이 내리 사십여분을 잠들었습니다

그나마도 어느 예민한 고양이 한마리가 다른 고양이에게 싸움을 걸어 소란스러워진 탓에 깨어났습니다

소란이 귀찮았는지 의자 등받이 위로 올라가 내려오질 않더라구요


그 틈에 이번엔 털이 아주 긴 부드러운 고양이 한마리가 또다시 내 다리 위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녀석은 졸린것보다 편안한 자리를 찾고 있었던 것인지

잠들지 않고 품에 안겨서는 그 솜뭉치같은 앞발로 나를 꾹꾹 눌러대지 않겠어요

고양이의 꾹꾹이는 기분이 좋을 때 하는 행동인데 제 품이 썩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친구들을 포함한 방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고양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간식을 주는 척하거나 고양이 뒤를 쫒아다니는 모습과는 사뭇 상반되는 풍경이 제 무릎 위로 펼쳐지고 있었답니다


아이들에겐 사랑을 주려고 갈구하는 모습보다는

그저 편안히 바라봐줄 사람이 더 필요했던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K 당신을 떠나보내고 나는 그런 모습의 사람으로 변모하였습니다

더 이상 사랑을 갈구하지 않고, 사랑받기 위해 애를 쓰지 않으며 사랑을 표현하는데 인색해진 모습이지요


그럼에도 일말의 기대로서 꿈꾸는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조용히 자리를 비워두고


'내 품은 따뜻해.'

'내 품은 너의 잠을 방해하지 않고 가만히 안아줄 수 있어.'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다면

내 품을 아늑하게 생각할 어느 고양이가 찾아와주지 않을까요.


그 고양이가 당신이었으면 하는 기대를 저버린지는 오래지만 아주 마음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꿈이겠지요


이젠 당신이 아닌 고양이라도 괜찮지 않을까합니다. 그리고 아무런 고양이가 찾아오지 않아도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


내 품을 찾은 고양이가 있다면 그 아이를 쓰다듬어 줄 것이고

내 품을 찾는 고양이가 없다면 나는 그대로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당신을 그려보아도 좋거든요



K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길가에 핀 풀꽃하나 기울여 밤 하늘에 걸쳐봅니다

당신에게 바치는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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