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
사랑은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
늦었다고 할만한 나이가 되었으나
주변 여기저기에서 아직도 새로운 사랑들이 꽃피는 이야기를 전해듣는 요즘입니다
도대체 왜 저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미주알 고주알 알려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직접 듣다보면 저라고 욕심이 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누구보다 연애의 즐거움을 알고 사랑의 기쁨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니까요
새벽 깊은 밤에 그동안 나의 연애는 어땠었나 한번 되짚어 보았습니다.
시간이 오래되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신은 아마도 열번째 정도의 연애였고
썸이라 부르는 만남들을 포함하면 열다섯번째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손가락을 구부려가며 그렇게 세고보니 나 자신이 참 우스웠습니다
'나는 한 사람과 오래토록 사랑하고 싶어. 평생동안 마주할 단 한 사람.'
내가 원하고 계획했던 연애와 사랑은 단 한 사람이었는데
정작 내가 해왔던 연애는 이제 손가락이 모자랄지경이라니요
연애의 주기도 참 괴상합니다
스물넷 나이에 첫 연애를 5년간 했고 당신과의 연애가 5년동안이니
두 번의 연애로만 십년 가까이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둘다 5년을 채우지는 못했었으니 합치면 9년 가량이 되겠네요
그럼 남은 3년 몇개월의 시간동안 나머지 연애들을 했었다는 얘기로군요.
아. 연애를 하지 않았던 시간을 제외하면 그나마도 안되는 시간이겠네요.
그 사이에 결혼 이야기가 나왔던 연애는 네 번이었고
결혼을 고민한 것은 두 번
결혼을 해야겠다 마음먹은 것은 K 당신이 처음이었죠
결국은 지금 나는 혼자네요.
생각대로 계획대로 결론지어진 연애는 단 한번도 없네요
제 살아가는 꼴이나 사랑을 하는 꼴이나 별반 다르지가 않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야 계획을 세우지 않는게 더 골치아프니
여태까지처럼 이런저런 생각과 계획들을 세워나가야겠으나
이제 사랑은 계획을 세우지 않으렵니다
연애를 하지 않겠다. 사랑을 하지 않겠다같은 집착도 지워버려야겠습니다
그냥 비워두렵니다
애초에 저에겐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 단어를 접해본 적 없던것처럼요
그러고 있다보면
어차피 이제 또 다시 혼자가 익숙해진 사람이 되어버린 듯하니
휘적휘적 세상을 유랑하는 선비처럼 살아가던가 하겠지요
이런 결심에도 가슴이 아려오는 건
실은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평생'을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과 동시에
당신에게 평생의 한 사람을 선물해주고 싶었던 계획이 얼그러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게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그래도 당신은 사랑스러운 사람이니까. 사랑받을만한 여자니까
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 선물을 반드시 전해줄 것입니다
그래요. 이런 얄팍한 생각으로 오늘을 위로합니다
그런 위로를 수면제 삼아 잠들어봅니다
나 이제 잘게요
잘자요
저 별빛이 당신에게 좋은꿈을 전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