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네 번째 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by 숨결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간밤에 보았습니다.

약혼자와 떠난 파리 여행에서 남자 주인공이 1920년대의 파리로 시간여행을 하는 영화입니다.

10년전 파리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는 영화였기에 옛 생각이 많이났습니다.


덕분에 생각이 많아졌는지 나는 깊은 새벽까지 잠이 오질 않습니다.

두시. 세시까지 잠들지 못하는 밤이야 익숙하고 평범한 밤이지만

오늘은 해가 뜨는 시간까지도 잠들지 못하고 오늘의 모든 밤과 함께했습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는 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갈팡질팡하게 되는 날이거든요.


자야하는 마음과

잠들지 못할 거라면 글이라도 써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마음

거기다 피곤에 지쳐있을 내일은 어떡해야하나 걱정이 한꺼번에 휘몰아쳐 옵니다


온전히 밤을 즐겨본적이 언제였을까요

내일을 걱정하지 않았던 날이 언제였던가요


그러고보면 나는 그리 많던 빈 시간과 여가를 보냈던 시간 속에서

마음이 쉬었던 적이 었었구나 싶습니다.


저는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좋아합니다.

그런 사람을 동경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천성이 게으르고 변덕스럽고 실증이 금방 찾아오는 사람이라

언제쯤 바쁜 사람이 될 수 있으려나 넋두리나 하고있지요


혹자들은 제게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게 아니냐 묻기도 합니다

언제나 하고 싶은게 많아 일을 벌려두고 살아가고 있고

그 일들은 마감일을 정해두지 않은채 언제나 ing 상태로 남아있어

남들이 보기엔 제가 너무나 바쁜 사람인가 봅니다

실상은 무엇하나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채 '바빠야만 하는 사람'일 뿐인데 말입니다.


나의 하루를 곰곰이 돌이켜보면

지금처럼 잠들지 못하는 밤과 별반 다를게 없답니다


일과중이니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과

일에 집중하지 못할거라면 글이라도 써야한다는 생각

거기다 오늘 하고자 했던 일들을 끝내지 못하면 내일은 어떡하나 싶은 걱정을 안고 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네요. 실소가 터져나오구요

나는 뜬 눈으로 오늘 밤을 지새는게 아니라

뜬 눈으로 하루를 살고, 뜬 눈으로 청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눈을 뜨고 해야할

내가 동경하는 모습을 영화를 보듯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요


이제 해가 떠올라 여기 강남의 빌딩숲 위로 고개를 내밀면

나는 결정을 해보아야겠습니다.


오늘 하루를 바쁘게 살아야할지 아니면 모든걸 비우고 마음에 여유라는 걸 선물해 줄지를요


혹시 제 마음 속이 휴가중이 되어 텅 비어있게 되거든 한번 놀러와보세요.

아늑하고 따뜻하게 쉬다 갈 수 있도록 깨끗하게 정돈해 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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