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번째 밤
내 기억속에 너는 첫눈 향기가 났다
당신이 언젠가 선물로 사주었던 겐조 향수가 바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신이 사준 향수라 당신에게 유난히 잘보이고 싶은 날이면 뿌리곤 했던 아끼던 향수인데
요즘은 언제 우연히 당신을 마주치게 될지를 모르니 너무 자주 뿌려버렸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향수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지요. 고작해서 향기가 나는 미스트정도를 썼을까요
그렇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담고 있던 그 냄새를요
킁킁
"하지마. 냄새나."
냄새를 궁금해 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무심결에 자기 몸의 채취를 맡아보는 습관도 없었는데
유달리 나는 당신에게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그래서 길을 걷을 때나, 당신을 안고서 버스를 기다리다가도 나는 당신의 정수리나 목덜미에 코를 들이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보곤 했었습니다
땀냄새가 날거라며, 오늘 머리를 감지 않았다며 부끄러워하는 당신이었지만
내 손은 이미 당신의 손을 꼭 잡고 있었고 당신은 내 품에 안겨있었으므로 도망갈 수 없었습니다
킁킁
신기하게도 말이에요
한 여름에 나를 만나러 한참을 오느라 주르륵 땀을 흘리던 그때에도 당신에게서 땀냄새나
다른 불쾌한 냄새가 난 적이 한번도 없었던 걸 아시나요
당신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려고 했던 말이 아니라 정말도 당신에게선 냄새가 나질 않았습니다
실은 내심 향긋한 비누향이나 갓난아기 젖냄새 같은게 나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당신의 향은 코 끝으로 살금살금 다가와 내 눈을 가려버리는 알 수 없는 냄새가 났습니다
눈을 가린 그 향은 분명 내가 잘 알고 있는 누군가임이 틀림없는데 당췌 정체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과 이별 후
겨울을 이불 속에서 울다 이불을 죄다 적시고 난 뒤 맞이한 겨울의 끝자락에서야 나는
'앗'하며 알아차렸습니다
겨울내 오던 눈꽃에서 피어오른 향기가 당신의 냄새와 참 많이 닮았다는것을요
걔 중에 첫눈에서는 정말 진하게도 눈꽃의 냄새가 납니다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듯 하지만 누군가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고 또 누군가의 가슴을 아릿하게 만드는 그런 냄새가 있습니다. 그 냄새는 참 희미하지만 오래토록 코 끝에 자리잡아 저 처럼 첫눈의 향을 겨울 끝자락에서야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가을이 시작되는 무렵인 지금
가을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겨울이 기다려지게 되어버렸습니다
첫눈에게서 묻어올 당신의 냄새를 다시 한번 떠올려지길 바라면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