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었던 너는 더이상 나의 우주에서 빛나지 않는다네

일흔한 번째 밤

by 숨결
별이었던 너는 더이상 나의 우주에서 빛나지 않는다네





하늘이 감동스러운 날입니다

어제도 그렇고 아마 내일도 그럴 것입니다

근래 들어서는 비오는 날의 하늘 마저도 선명한 구름띠와 구름의 굴곡들이 경이롭습니다

황사니 미세먼지니 했던 날들이 언제였는지 금새 잊어가고 있답니다


때문에 일하는 틈틈히 빌딩 사이의 하늘을 바라보고

쉬는 날에는 하늘이 가장 아름다울만한 곳으로 산책을 나가

수줍게 '안녕' 인사를 건내고 오기도 합니다


밤이라고 다를까요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가을이란 이름의 계절 바람은 더할나위 없이 상쾌하기에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별과 함께 달빛에 비치는 밤하늘의 구름을 감상하러 나가고 있습니다


맑은 하늘. 청량한 바람. 빛나는 달과 별이라니

그런 밤하늘과 연관되어 있는 쏟아져 내리는 단어들만 들어도 마음이 뭉클해지지 않나요?


동네 놀이터에는 2층으로 된 그물로 만들어진 놀이기구가 있어

아이들이 없는 밤에는 나의 침대가 되는 그곳에 누워 시간이 얼마가 흐르는지도 모른채 별을 바라봅니다

솔직히 나는 밤하늘을 볼 때면 별 하나를 찜해두곤

'저 별은 K 너야. 멀어서 네 반짝임 밖에 볼 수가 없네.' 중얼거립니다


도란도란 혼자서 하는 깊은 밤의 수다가 몇밤이나 되었을까요

당신의 이름을 붙인 저 별에 대해 나는 정의내립니다



'너는 별처럼 내 곁에서 빛났고'


'빛나는 너의 눈부심에 나는 땅으로 내려와 그저 널 바라만 보네'


'수만 광년 전 네가 만든 반짝임을 바라보며 나는 웃고 있구나'



별빛은 짧게는 수십. 길게는 수만광년 전에 만들어진 빛이 이제서야 지구로 도착한다고 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별의 반짝임은 너무나 오래전 과거에 만들어졌고, 때론 이 순간 저 빛나는 별은 이미 죽어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이름을 붙인 저 별 처럼 나는 당신의 지나간 자취의 반짝임을 바라볼 뿐이지요

당신의 현재가 어떠한지는 모른채 말입니다


오늘은 구름 사이로 반짝이는 별에게 당신의 이름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두 손을 휘적휘적 눈앞에 휘저어 하늘을 뒤섞어보고 작별을 고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과거를 바라보느라 잠을 잃어버린 밤으로부터 도망가려고 합니다

그 순간부터

별이었던 당신은 더 이상 나의 우주에서 빛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K

이제 나는 당신에 대한 마음의 절반을 버렸습니다

과거에 뿌리박혀 울먹이던 날들을 고이 정리하고 '어쩌면'에 기대는 희망만을 남겨둡니다

어쩌면 다시 만날지 모를 어느날만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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