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두 번째 밤
이름없는 사랑이라도 남겨야겠다
K
어제는 저에게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몹시도 슬픈 소식이었습니다
10년지기 친구가 이제는 기억과 추억 속에서 밖에 만날 수 없게 된 소식이었습니다
당신도 아마 얼핏 나로부터 들었던 기억이 날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함께 취업을 준비하던 모임의 동갑내기 친구였고
그때의 인연으로 만난 7인의 모임은 어느덧 십년의 세월동안 인연을 이어왔답니다
우리는 해마다 한두 번의 모임이 있었고 그 때마다 어떤 친구들인지 당신에게 알려주었었는데
기억이 나시려나요
각자 바쁘게 살다보니 오랜 시간동안 우리는 모두가 모인적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몇달 전 우리는 한자리에 모일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그 자리에서 찍은 단체사진이 친구를 기억하는 마지막 사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시간이 늦어 그 날 제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었답니다
성실한 친구였습니다
불평불만이 많고 툴툴대는게 습관인 놈이었지만 말투가 그럴 뿐
속마음은 너무나 여리고 착하디 착했습니다
공부도 나름 열심히 하는 편인지 회사와 업계에서도 인정받아 최근엔 이직도 했고
좋은 사람과 결혼해 녀석의 아이가 태어난지 이제 한달이나 지났을까요
코로나가 친구에게 찾아왔다고 합니다
친구의 와이프가 환자복을 입고 곧이라도 퇴원할것 같았던 친구의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불행히도 이후 증상이 심각해졌고 에크모를 이용한 치료를 받았음에도 버티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먹먹합니다
아무런 생각이 안되는데 너무나 많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좁디 좁은 머리 속으로 수만가지 생각과 감정이 떠올라 그대로 정체되어 막혀버렸습니다
해야할 일들이 많은데 손에 잡히진 않고
오로지 오늘과 내 친구를 글로나마 남겨 기억해야겠다싶어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시간과 기억이란건 참 야속해서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자꾸만 지나간 것들을 지워버리니
살아가면서 한번씩이라도 친구를 기억해 주려면 이렇게 글을 써 남깁니다
한편으로는 할 일도 많고 남길것도 많은 친구도 이리 떠나는데
세상에 미련이 없는 저같은 놈이 뭐하러 남아있나 싶습니다
뭐라도 남겨보겠다고 이리 살고 있긴 하지만 당장의 시점에서는 나는 더욱 부끄러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오래된 친구를 오래토록 기억하려고 애쓰는 오늘
나는 무엇을 남기며 살아가야 하나.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집니다
때마침 비가 내릴 듯한 하늘과 구름과 적당히 어둑한 거리를 바라보며
나의 친구처럼 아쉬움 진득한 삶과 그 안의 사랑과 기억은 남겨두지는 못하더라도
어찌됐든 이름없는 사랑이라도 남겨야겠구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