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이에게. 남겨진이가.
당신 곁에 머물지 못했다는 그 미안함으로
작별을 고하는 자리
까끌한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남은 마음자리에는 지나간 미안함이 폭풍의 매서움으로 몰아친다
그토록 수많은 미안함의 뿌리를 타고 내려가니
얽히고 설켜 또아리튼
평생 마음을 짓눌러오던 무거움과 마주한다
어머니에게
사랑했던 그대에게
친애하는 벗에게
나는 울음을 삼키며 미안함을 고합니다
당신 곁에 머물지 못했던 그 모든 시간들을 속죄합니다
당신의 무한했던 무조건이었던 사랑을 배반하고
독립이라는 알량한 핑계로
나는 어머니 당신의 곁을 떠나
당신의 남은 평생에 고작 손톱만한 시간만을 함께했네요
그대의 순정과 희망으로 쌓아올린 사랑을
익숙함이란 가면으로
나는 내 사랑 그대에게 사랑한단 말을 잊었었죠
청춘의 노래를 함께 부르던 내 벗들아
밥 한끼 먹자던 그 약속을
나는 언젠가는이란 거짓말로 너를 잊었다
어느덧 그 모든 미안함은
당신의 곁에서
당신과의 시간을
당신과의 공간을
당신과의 온기를 나누지 못한
수많은 추억을 뛰어넘어 파도치는
그대의 곁에 머물지 못했다는 미안함으로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