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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는 놈과 다이어트 하는 놈

결국은 내가 문제

by 숨결
무엇이 문제인가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창업' 키워드를 검색하면 이러저러한것들을 모두 합해 36,438건이 검색된다. 그리고 '다이어트'키워드는 41,646건이 검색된다. 두가지 모두 대다수의 사람들의 삶에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에 대한 연구와 탐구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답이다'라고 할만한 정보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엄청난 사실이다. 답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사업이든 다이어트든 성공하는 법. 실패하지 않는 법. 효율성을 높이는 법. 편하게 하는 법. 좀 더 큰 사업을 하게 되는 법 등등 답이 어마무진하게 많다. 참으로 행복한 세상이고 대단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우리 주변에는 사업에 망하고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람이 9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을까?


(나는 왜 컨셉잡기 포스팅 하다 말고 이걸 쓰고 있을까)







작심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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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作心三日)

결심한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곧 느슨하게 풀어짐.


헬스장은 돈을 어떻게 벌고 있을까. 시내든 동네든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헬스 월 3만원! 이라는 전단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싸니까 좋긴하다만 사업을 하는 입장이라면 이거 받고 장사가 될까? 싶은 마음도 없진 않을것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주요한 사실은 헬스장의 기본적인 수익요건중 하나가 '나오지 않는 회원들'에 의해서 충족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헬스장에서는 수용가능인원의 1.3~1.5배정도 까지의 회원을 접수받는다. 계산을 잘하는 트레이너라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새해와 여름 전, 여름 중에 집중적으로 회원이 모집되는데 월 3만원의 기준은 최소 3개월에서 1년을 등록했을 때 적용되는 금액이다. 그리고 등록한 회원의 90%이상은 1개월을 채우지 못한다. 이처럼 의지박약은 엄청나게 대중적이라 되려 의지박약이 당연한 것으로 일반화되기 쉽다는 함정이 있다.


창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몸매를 꿈꾸며 운동을 시작하듯 풍운의 꿈을 안고 시작한 사업에서 초심을 지켜나가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모르니까. 이어지지가 않으니까.




어떤 책이든 일단 너는 사업을 시작했으니 굳건한 의지로, 자신만의 노하우라는 이러저러한 팁으로 사업을 운영해야한다고 말한다. 나 또한 '모르면 공부해야한다. 정보를 수집해야한다'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없던 의지가 뭐 그리 쉽게 생기나. 당장 눈앞에 밀린 월세와 공과금 고지서가 쌓여가고 대출금 상환 압박이 오기 전까지 그 의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그저 말처럼 쉬운가. 이번 편에서는 다이어트와 창업의 공통점을 이야기하면서 나를 만드는 방법을 풀어나가보자.





헬스장에 왔어요


20170619110002679qejm.jpg 쟤도 했으니 나도 할수 있겠지?는 개뿔




인터넷을 보면 사업에 성공한 사람.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라들이 참 많다. 그래서인지 나도 시작만 한다면 할 수 있을것만 같다. 나랑 별반 다를 것도 없는 저런 사람도 성공했으니까. 나보다 더한 뚱땡이도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나보다 학벌도 자본도 없는 저사람도 성공했는데 나라고 못하겠어?


못한다. 그냥은 절대 못한다. 상황이야 뻔하지 않은가


m1t20Sz.jpg 제가 이정도는 아니잖아요!!빼애애애액!!




0. 헬스 등록일


자. 올해는 기필코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새해다짐으로 헬스장을 간다. 가득찬 기대로 헬스장갑도 사고 보충재도 사고 벨트와 옷도 샀다. 6개월을 하면 월 4만원이고 1년을 하면 월 3만원에 사물함도 제공을 한다. 한달을 등록하면 9만원이니 6개월만 등록해도 왠지 이득인것 같다. 새해고 하니 6개월 후엔 여름이네? 여름에 특히 관리해야하니 1년 등록을 하자. 새로 오픈한 헬스장이라 넓고 깨끗하니 참 맘에 든다.



1. 헬스장 1일차

운동 첫날. 바벨을 열심히 들고 있는 저 형님의 이두박근 위로 땀이 흐르며 반짝반짝 빛난다. 역시 남자는 근육이지. 10kg짜리 덤벨 두개를 들고 열심히 운동을 하자. 몇번 하지도 않았는데 팔이 들어올려지지가 않는다. 시간은 3분이 채 넘지도 않았다. 그래 오늘은 첫날이니까. 이번엔 다리 운동을 하자. 레그프레스 자리가 마침 비어있다. 좀 묵직해야 운동이 되겠지? 아. 역시 채 스무번을 못채운다. 팔과 다리가 아프니 사이클 위에 앉아 휘적휘적 패달을 밟는다. 지루하다. 그래도 오늘 근육이 찌릿찌릿한게 운동 온 보람이 있다. 첫날이니 준비운동 한셈치고 이제 그만 가야겠다.



2. 헬스장 2일차

오늘은 바벨을 들어보자. 중량은 30kg면 되겠지? 아 막대 무게까지 하면 35kg구나. 몸무게 반도 안되니 쉽겠군. 그런데 왜 열번을 못들지? 안되겠다 다른걸 해야지.


그렇게 운동기구 서너개를 전전하다 사용법을 몰라 몇번 하다 그만두고 결국 런닝머신과 사이클로 한시간여를 겨우 채우고 헬스장을 나선다. 그래도 뭔가 몸이 다부져보이는건 착각은 아닐거다.



3. 헬스장 3일차

오늘은 친구들과 술약속. 술자리에서 다이어트 중이라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자랑한다. 이틀이나 운동했으니 오늘은 즐겁게 먹고 마시자. 어차피 내일 또 열심히 할거니까.



4. 헬스장 4일차

야근



5. 헬스장 5일차

다음주에 가야겠다



6. 헬스장 1개월차

빨래를 하려고 보니 건조대 밑에 새것 티가 물씬 풍기는 헬스용품들이 가방에 들어있다. 보충재는 주방 한켠에서 양념통들의 받침대가 되었다. 헬스장을 내일부터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7. 헬스장 45일차

연장 신청을 해야겠다



8. 또다시 새해가 되었다. 아 나 헬스장 등록했었는데. 연장한 덕분에 3개월이 남았다. 하지만 헬스장은 나와 인연이 아닌것같다.




이걸 창업으로 바꿔보자. 간단하게 쇼핑몰 정도로.



1. 부업으로 쇼핑몰을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 요즘은 손쉽게 온라인으로 사업자 등록이 가능하다. 통신판매등록을 해야하지만 일단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으로 물건을 팔다가 하도록 하자. 다들 그렇게 한다니까.



2. 판매할 옷들을 300만원어치를 구매했다. 신이난다. 내일부터는 열심히 촬영을 해야한다.



3. 친구에게 모델을 부탁했다. 예쁘고 몸매도 좋으니 사진이 잘 찍힐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진촬영이 어렵다. 색이나 구도가 영 나오질 않는다. 다리도 짧게 나오고 몸매도 사진으로 보니 어딘가 어색하다. 포토샵으로 보정하면 되니 괜찮겠지?



4. 촬영만 한달이 걸렸다. 친구와 시간도 맞질 않고 날씨까지 말썽이다. 사진 보정을 해야하는데 밝아지고 다리길이 늘리는것 말고는 딱히 뭐가 나아졌는지는 모르겠다.


5. 사진 업데이트를 완료했다. 친구들 주문이 몇건 들어왔다. 모르는 사람 주문도 드디어 들어왔다. 그런데 그 뒤로 주문이 통 없다.


6. 재고가 쌓여있으니 신상을 사기가 겁이 난다. 팔로우를 늘리려고 마케팅 업체에 돈도 줬는데 물건 판것보다 쓰는 돈이 더 많은것같다


7. 열심히 직장을 다녀야겠다




극단적 상황이긴 하지만 놀랄만큼 이런 극단적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이정도 까진 아니더라도 보통은 나름 책도 사고 인터넷에서 정보도 모아 차근차근 준비를 하긴한다. 하지만 결국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왜일까?





우상향곡선



20180112041235_1175131_710_340.jpg 우상향 가즈아!!!



많은 정보는 당연히 중요하다. 그런데 수많은 창업자들은 정보를 '사업 시작 이전'에 수집하는데 집중한다. 여기서 정보수집은 단순히 사업에 필요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해야함이 아니라 '정보를 찾는 사업의지'를 연장해감에 있다.

사업의 초반에는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정보를 얻는데 큰 노력을 한다. 필요한 소스를 위해 어디든 뛰어다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벽에 부딪히는 일이 많아지고 생각만큼 성과도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있다. 망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의 전형적인...의지상실 그리고 나태


헬스장에서 가장 큰 비용이 드는게 뭔지 아는가? 바로 PT다. 퍼스널 트레이닝

헬스장에 갔다가 비싼 비용에 엄두를 못내는 사람도 많지만 수많은 트레이너가 존재하는 것은 그만큼의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수요는 왜 생기는 것일까?


올바른 정보의 제공과 더불어 지속적인 다이어트 의지를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PT에도 불구하고 탈주자가 생기는 경우도 많지만 다이어트 성공확률과 헬스장 출석률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돈이 아까운 것도 물론 한 몫을 할테지만 트레이너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의 효과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체계적으로 단계를 밟아 나가며 스스로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모습도 말이다. 잠깐동안의 정체기가 이따금 있겠지만 목표를 위한 우상향곡선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사업하는 분들을 살펴보고 있자면 정체되어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당장 눈앞의 성과를 이루지 못하니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는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도 자금도 의지도 막혔다. 사업에서는 헬스장처럼 PT를 위해 지불해야할 비용의 레벨이 다르니 엄두를 내지도 못한다.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을때는 더욱 심각한 경우도 있다. 사업초기에 만들어둔 기반 이상을 만들려하지 않는다. 목표로 하는 매출이 3천만원이라면 1천만원의 매출정도에서 근근히 운영해갈만한 상황이 되면, 당장의 일도 바쁘고 힘들겠다 초기에 잡아두었던 목표와 계획은 언젠가부터 까맣게 잊어버렸다. 사업의 운영중에 부여해야할 변화와 개선, 목표수정은 어디로 가버린걸까.









PT? 돈이 없다. 없으면 내가 직접해야지





다이어트?

남들에게 눈치 좀 먹더라도 안빼면 어떤가. 좀 덜 건강하더라도 지금처럼 맛난것들 많이 먹으면서 살아가면 뭐 어떤가. 이따금 스트레스를 받긴하지만 큰 불만은 없다.

그런데 사업은?

당신은 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직전의 중증환자다. 당장 식이요법과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즉 사업에서 망하면 당신의 인생이 크게 망가질 것이 눈에 뻔한 상황인거다.



지금의 포스팅들, 매거진의 주 목적은 '마음가짐 만들기'다. '나'를 만들지 못하면 사업이든 다이어트든 인생을 살아가는데 '성취'라는 것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급하게 하던 이야기들을 끊고 이번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어쩌면 '시작하는 마음가짐'보다 '이어나가는 마음가짐'을 먼저 이야기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시작단계는 '못할거면 하지마라!'인데 일단 시작한 사람에게 '포기해라'라고 말하기는 너무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어떻게든 고치고 고쳐서 이어나갈 수 있게 해줘야 하는게 나의 마음이자 역할이라 여기니까.



사업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혼자라는 외로움이다. 다이어트에서 처럼 혼자 헬스장에 가서 아무것도 모른채로 운동을 시작해야하는 막연함과 다를바가 없다. 다양한 정보들이 있긴 하지만 이게 정말 맞는 것인지 확인해줄 사람도 없고 홀로 성취를 이루려니 외롭기 그지없다. 의지를 이어나가는데 발목을 잡는 가장 무거운 족쇄. 외로움.



그래서 뭐 어쩌겠는가. 사업의 외로움은 나 말고는 알아줄 사람이 없다. 누가 날 괴롭히던 어쩔수가 없다. 버텨야한다. 시작했다면 마음먹자.


'나는 홀로 바다를 여행하는 고독한 선장이야. 외로울거야. 버텨보자.'


그래도 마음먹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몇 가지 하고픈 말이 있는데


1. 시작단계에서 본 책들은 시작때가 아니라 강제적인 휴식을 가져서라도 한번씩 되새겨보자. 당신의 단계별로 그 말들의 무게가 다르다.


2. 힘들때마다 시작때의 초심을 되돌려 볼만한 무언가가 있었으면 한다. 그때 꿈꿨던 희망찬 미래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힘든건 그저 지금이 힘들 뿐이다. 미래는 포기하는 순간 잃는다


3. 잠시 속도를 늦출지언정 절대 멈추지 마라. 절대로. 다이어트에서는 요요현상이 나타날것이고 사업에서는 폐업을 가속화 시킨다. 특히 멘토나 코치가 없는 나홀로 창업자는 그들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정체기를 겪을것이다. 그 순간들 모두에서 절대 멈추지 마라. 어떻게든 더 공부하고 더 나아가라. 멈춰있는 나에게서 절대 답은 나오지 않는다.




우리 모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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