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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Aug 21. 2018

나란 놈 못난 놈. 이 가게 못난 가게

요식업편_03_공간을 준비하는 마음가짐3



대망의 인테리어




대망이라

大望인지 大亡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 내 가게의 얼굴인게지.

간판과 입면과 같은 기본적인 엑스테리어와 가게 내부의 인테리어는 고객들에게 나와 첫 만남의 '첫 인상'임과 동시에 이 가게를 지속적으로 방문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요소가 된다. 

대망(大望)의 가게는 성공하고자 하는 당신의 '큰 염원''큰 희망'을 의미하므로 그에 걸맞는 얼굴을 갖춰야하고 그만한 투자가 필요하게 된다. 허나 이를 무시하거나, 자만하거나, 적당히 하려하면 당신은 폭망하는 대망(大亡)의 길을 걷게 되리라.






결국 돈인걸까




금수저다 흙수저다 요즘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가게도 결국 돈으로 움직이는 사업인지라 같은 업종의 가게를 오픈하는데에도 금수저와 흙수저의 차이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러니 대형 프렌차이즈들에 개인 매장들이 두손 두발들고 나가떨어지는게 어제오늘일이 아니게 되었다. 

브랜드의 인지도나 메뉴, 매장의 규모 등등 많은 것들이 자본에 의해 결정되는데 인테리어라고 다를 것이 있을까. 유럽 몇몇 국가들 처럼 도심 내 업종 수 제한이 철저히 지켜지는 것도 아니고 무한경쟁에 가까운 대한민국 땅 안에서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들은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는데 도저히 저 돈많은 새끼들을 이길수가 없다.

라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혀서 해결될 일은 없다. 사회적인 문제야 우리가 우리손으로 뽑은 입법기관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다.(그러니 투표도 잘하자)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가락 빨면서 살기좋은 세상을 기다릴 여유는 우리에게 없다. 경쟁 속에서 우리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성공하는 방법을 찾아나가야한다. 당신이 망한다고해서 대신 책임져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걸 명심하자.

거대한 자본의 프렌차이즈가 작심하고 상권을 잠식하는 와중에서 살아남거나 프렌차이즈보다 더 잘나가는 브랜드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것들은 단순히 운이 좋아 살아남은걸까? 

아무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 이 세상에서 '쟤 때문에'라는 한탄은 고작 동정따위를 얻을 뿐 당신에게 미래를 건내주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고 버틴 사람의 입장에서 한탄하는 당신은 '아무런 경쟁없이 내가 이대로 장사를 평생 하더라도 망할일 없이 편히 살게 해주십시오'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마인드는 사업전반에 걸쳐 새겨둬야한다. 그리고 이번 '인테리어'편에서도 당연히 적용된다. 

인테리어는 특히 요식업에 있어서 사업시작의 투자금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가장 큰 손실이 발생하는것도 인테리어다. 인테리어는 가게가 잘되더라도 감가상각이 발생할 뿐 아니라 가게가 잘 되지 않을 경우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끔씩은 망해서 나가는판에 원상복구까지 해줘야하는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집기나 기계류는 똥값이라도 어디 팔수나 있지...


결국 인테리어의 가장 큰 고민은 '나는 돈이 없는데 인테리어는 돈이 많이 든다'이다. 경쟁력을 갖춰야할 중요한 부분에 투입할 자금이 없다. 대형프렌차이즈다 뭐다 하는 곳들은 엔틱이니 빈티지니 모던이니 하면서 휘황찬란하게 가게를 꾸미는데 나는 내가 가진 돈으로 할 수 있는게 뭘까.

무엇보다 '나라는 놈은 인테리어를 모른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고객의 입장으로 수많은 가게들을 방문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정말 '이런걸 하려도 돈을 썼다니'라는 한숨이 종종 나온다. 그리고 인테리어 사업을 잠시나마 겪어보았던 경험을 토대로 유추하자면 많은 경우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최대한 저렴하게' 그리고 '넣고 싶은 최대한의 것들을 넣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왜냐면 인테리어를 모르니까.


딜레마가 생기는 부분은 인테리어는 급히 정보를 모으고 공부를 한다고해서 내가 직접 할수는 없는데 이놈의 인테리어 업자는 꾸밀줄만 알지 영업에 대해서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나의 아이템과 인테리어의 조화인데 말이다. 그저 둘다 돈에 맞춰 나간다. 그런데 그놈의 돈이 얼마 없다. 결과는 끔찍한 혼종이 태어나버린다.





성공하는 사람의 얼굴


인테리어에 관해서는 '컨셉'편에서도 간략히 다룬적이 있다. 

반드시 완성된 인테리어를 만들어둘 필요는 없다. 반드시 값비싼 인테리어를 해야할 필요는 없다. 내가 하고자 하는 아이템에 따라 적절한 선택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어차피 당신은 돈이 없기 때문에 고급 인테리어는 애초에 욕심을 버리고 시작하자. 고급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고급의 퀄은 자재와 소품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기 때문에 어줍잖은 따라하기는 되려 싸구려 짝퉁이 될뿐이다. 인테리어에서 어중간함은 내 돈을 내던지는 치명적인 독이다.


컨셉. 나만의 컨셉. 개성을 가져야한다.

성형수술을 한다고 한다면 내 얼굴을 정우성을 만들 순 없다. 소지섭을 만들 순 없다. 내가 가진 돈으로는 한두군데를 건드려볼만한 능력밖에 없으니까. 차라리 내가 가진 개성을 최대한으로 만들 수 있는 쪽을 택하는 것이 맞다. 아니면 화장품을 왕창 사던가.


특이한 분위기로 유명한 곳을 잘 조사해보자. 그리고 가보면 안다. 


제주 카페 앤트러사이트



제주 애월더선셋


제주의 명물카페 중 두 곳.

하나는 제주의 오래된 창고건물을 개조한 '앤트러사이트', 또 하나는 애월 쪽 로즈골드와 핑크 분위기로 컨셉을 잡은 '애월더선셋'이다. 앤트러사이트를 가보면 기존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인테리어를 모르는 일반인이 앉아있다보면 인테리어 공사라는걸 하긴 한걸까라는 생가이 들 정도다. 투박한 의자와 테이블에 카운터마저 엉성해 보인다. 심지어 바닥은 비가 오기라도 하면 어디선가 흘러온 물에 축축히 젖어버리는 돌과 흙바닥이다.

'애월더선셋'은 로즈골드 색상으로 한껏 뽐낸 소품들이 가득하다. 국내에서 로즈골드 도금비용이 일반 비용보다 훨씬 비싼데다 수입산으로 산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카페에서 쓰는 가구들에 비해 비용은 수배를 훌쩍 넘는다. 비싼 소품을 가게의 메인으로 할만큼 충분히 비용을 투자한것이 한눈에 보인다.


앤트러사이트가 그렇다고 인테리어 비용이 상상하는 것만큼 적게 들진 않았을 것이다. 낡은 만큼의 개보수에 추가적인 비용도 들었을 테니까. 눈에 띄는 몇가지만 집어 살펴보자. 이곳에는 마땅한 간판도 없다. 값비싼 바닥도 없다. 값비싼 가구도 없다. 대신 낡고 허름한 건물 자체를 알아본다. 어떤 카페에도 없던 흙, 돌 바닥이 있다. 되려 어디에도 없는 낡은 판자 테이블이 있다. 그리고 그 낡음이 이곳의 아름다움이다.


비용을 따지자는 것 보다는 이 두 카페는 각자의 개성표출에 '적당히'란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함이다. 이 두 가게를 보고 난 뒤 우리 주변의 수많은 동네 카페를 가보자. 그곳에 '개성'이란게 과연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고 느껴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내 가게의 모습에 개성이란게 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답이 없는 인테리어


컨셉이니 개성이니 말은 계속 거창하게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답이 없는게 인테리어다. 답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가장 주체가 되어야할 당신이 인테리어를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걸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가장 간편한 답이야 '전문가에게 맡기세요'이지만 세상 어떤 인테리어 업자가 돈도 되지 않는 인테리어 공사를 맡아서 당신의 예산에 맞춘 최대한의 디자인을 뽑아내려고 할까. 당신이 인테리어 예산을 2천만원으로 잡았다면 업자는 3주정도의 공정을 잡고 자신의 수익으로만 300만원은 받아야 하니 1700만원으로 공사를 해야한다. 그런데 설비, 전기 등의 기초적인 공정으로만 1천만원이 들고 간판 등등을 하고나면 디자인이라고 할만한게 별로 없어진다. 좀 하려고 하니 자기 몫을 빼야한다. 어디가서 여기가 내가 디자인하고 공사한 곳이오 말도 못할 처지가 된다. 그저 당장 현금이 필요한 맘 급한 업자들이 당신에게 찾아올 것이다. 


답답하다. 나는 디자인을 모르는데 디자인을 해줄 사람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란놈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가게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걸까.

그나마의 조언이라면 한가지에 최대한으로 집중하자는 것이다. 내 얼굴에서 '난 코가 큰 사람입니다'라고 말하고 싶다면 캐리커쳐를 그리듯 모든 특징을 코에 집중하여 그리는 것처럼 내 가게에서 말하고자 하는 한가지에 집중하자. 다른 모든것들은 기능적 최소한만을 갖추고, 때로는 불편함마져 감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오직 한가지에만 집중하자.

나의 가게가 순대국집이든 순두부집이든 꽃집이든 내가 '파란색'을 원한다면 최대한 모든 것을 파란색으로 세팅해버리자(나름의 감각이 있다면 소품 등을 통해 컬러밸런스를 맞추면 좋고). 내가 '인테리어를 '꽃'을 통해 하고싶다면 찾아온 고객들이 '아니 씨발 이게 뭔 꽃천지야' 할 정도로 꽃에 집중하는 것이다. 추가로 더하자면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마 이 부분도 쉽사리 이해하긴 어려울거다. 인테리어가 한두푼 하는것도 아니고 어떻게 막 바꿔지냐라고 할지도 모른다. 감안해야할 요소가 너무 많아 이거다 할만한 조언을 해주긴 어렵다. 장사의 마음가짐 포스팅이 끝나진다면 인테리어 파트만 따로 책을 써보고 싶을 정도니까. 가볍게 예를 들자면 회사원들이 언제나 검은계열의 정장을 입고 다니지만 나름의 변화와 포인트를 위해 셔츠와 넥타이 등을 바꾸는 것처럼 나의 컨셉이자 핵심인 인테리어 바탕은 반드시 유지를 하고, 그 다음으로 가게에 핵심적인 부분은 가변적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만약 당신에게 파란색으로 도배된 나의 가게가 있다면, 어느정도 먹고살 돈을 벌게 된다는 전제하에 조명 색깔 정도는 일년에 한두번은 바꿀 수 있는 그런 융통성이 필요하다. 




PS. 인테리어 파트는 3부작으로 연결됩니다.

1부-개요

2부-인테리어 경제학

3부-인테리어 업체 선정에서 관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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