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편_04_공간을 준비하는 마음가짐4
공간의 경제학의 메인은 역시 '목'과 '인테리어'다. 이러저러한 부가적인것들에 비해 '공간'이란 키워드와도 잘 어울리고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당신을 망하지 않게 하기위한 하나의 안전장치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얘기하는 것 같지만 결국 당신의 사업의 성공의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는 당신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있음을 상기시켜야한다.
기왕이면 열심히 하는 당신이 성공하는 모습이었으면 싶다. 아직 잘 모르기에 힘들어야만 하는 당신이 세상의 역경을 조금이나마 편히 넘어갔으면 싶다. 아직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지 못한 당신이 가벼운 마음으로 장사라는걸 시작하지 않았으면 싶다.
이번 인테리어 경제학 파트에서는 인테리어라는 요소를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써내려가본다. 써내려갈 이야기들은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당신이 인테리어를 계획을 할 때, 진행을 할 때와는 달리 결과물로 나오는 인테리어는 아주 막장이기 그지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그 당연함을 지켜나가지 못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아름다움은 돈이된다
바야흐로 대 SNS의 시대다.
마케팅의 소스가 전통과 맛, 실력의 범위를 벗어나 분위기와 아름다움으로 확장되었다. 왜 그러냐하니 이유는 단순하다. 사진으로 찍어야 하니까. 내가 찍어 올리는 사진은 예뻐야하고 허세스러워야하고 '나는 지금 너희들과는 다른 곳에 있단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할테니까. 무엇보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문화로 까지 정착된 소비문화에서 '아름다움'은 빼놓을 수 없는 현대의 시스템이다.
장사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이런걸 알지만 SNS를 못하는 어르신도 있고, 최대한 활용하고자 노력하는 젋은 사장들도 있다. 그런데 말이지. SNS라는걸 내가 직접 하던 말던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면 그들의 기준에 맞춰 그들의 기대를 채워줘야 하는데 당신은 그 기준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아는 것보다 그들의 기대는 상당히 높다. 덧붙이자면 가게가 예쁘면 내가 SNS를 10중에 1이나 0.5만 해도 손님들이 알아서 다 해준다. 반대로 가게아 예쁘지 않으면 나혼자 10중의 9를 채우고 있게 된다. 아니 충분한 양을 채우지도 못하지 사실.
작년 기준 음식점 1개당 인구수는 60명이다. 그만큼 음식점 수가 많다. 어디서 어떤 장사를 하든 치열한 경쟁속에서 시작한다는 걸 분명히 해야한다. 여기서 끝일까? 폐업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10개가 신규 오픈을 하면 9개가 폐업을 한다는 기사를 종종 볼것이다. 여기서 별 생각없이 있으면 '우와. 가게들이 다 망해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10개중 1개가 살아남아서 가게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과 준비하는 사람들 모두 '긴장해야 한다'. 가만히 있다간 '죽는다'. 진짜 훅 간다.
회사 지하 구내식당이든 동네 카페든 제주도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든 모두가 장사를 하고 돈은 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식당들을 자연스럽게 당연스럽게 이용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 중에 우리가 기억하는 가게는 얼마나 될까? 나의 단골이라고 하는 가게는 얼마나 될까?.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회사근처 식당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가게'는 어떤 곳일까? '내가 기억하는 가게'는 어떤 곳이었나.
이제까지 가게의 컨셉이나 이와 연계된 키워드를 다룰 때 '개성'이란걸 언급하며 종종 연예인과 비교를 하곤한다. 그렇다. 가게를 키우는건 '연예인 육성'과 맥락을 같이한다. 외모로 승부를 하고 재능으로 승부를 하고 이슈를 만들어내야한다.
'아름다움'이라 얘기는 했으나 우리가 기억하는 연예인이 항상 '예쁘고 잘생긴'사람만 기억하지 않듯 결국은 '개성'이고 '캐릭터'다. 정우성 김태희로 성공하지 못할거라면 유재석, 강호동이 되자. 욕심을 줄여서 10년 넘게 활동 잘하고 있는 연예인정도로 목표를 잡아봐도 좋다. 탑 연예인 아니라도 왠만한 중산층들보다 훨씬 잘 벌어먹고 훨씬 잘 산다.
그럼 내 가게는?
인테리어를 구상한다면 이제부터 스텟을 찍어보도록 하자.
(스텟:몇몇 RPG 게임에서 시작할때나 레벨이 올랐을때 주는 특정한 보너스 수치)
RPG계통의 게임을 하게되면 캐릭터를 생성하게 되는데 시작단계에서 '직업'이란걸 고르게된다. 가게로 치면 '어떤 메뉴를 팔 것인가'가 되겠지. 이때 뭘 모르는 사람들은 힘도 좋았으면 좋겠고 체력도 좋았으면 좋겠고 기왕이면 마법도 잘 썼으면 하면서 고루고루 스텟을 찍는다. 그런데 이 스텟이란건 올릴수 있는 수치가 한정되어 있다. 힘이든 체력이든 스피드든 모든걸 채울수가 없는것이다. 그렇다보니 나름 골고루 찍겠다고 한게 어느하나 제대로 써먹을 능력이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게임 유저들은 나름의 경험으로 직업에 맞는 적절한 스텟을 적용한다. 칼을 쓰는 기사류의 캐릭터는 힘이나 체력을 높게 올리고, 도둑같은 캐릭터는 빠르기를 중시한다. 마법사는 당연히 마나(마법력)을 중시할테고.
내 가게도 마찬가지다. 내 가게의 업종이나 메뉴에 따라 인테리어에 강조해야할 나름의 강조점이 있다. 이것이 적절히 강조되었을 때 나만의 '아름다움', 즉 '개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개성이 나에게 돈을 벌어다 준다.
망하는 인테리어
인테리어는 장사에서 하나의 바탕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운영을 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배가 될 수도 있고 반감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 드는 예시는 당신처럼 운영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인테리어까지 개판으로 한 경우를 베이스로 한다.(운영을 잘하는 사람은 사실 어떻게 해도 장사 잘한다)
1. 모던인지 일식풍인지 소주집인지 알 수 없는 이자카야
한동안 일식 붐이 일면서 이자카야들이 우수죽순으로 생겨났었다. 최근에도 각광받는 트렌드에서 벗어나지는 않은상태다. 이럴 때 잘된다니 시작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많았기 마련인데 걔중에는 '이자카야'의 이미지를 한껏 떨어뜨린 케이스도 많았다.
번화가의 경계쯤에 있던 한 이자카야는 일단 일식풍의 인테리어를 시도하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또 '모던'인테리어가 유행이니 모던+일식풍의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일단 주방은 일식풍으로 세팅을 끝냈다. 이제 모던 분위기를 내야하니 홀 공간에는 에폭시로 바닥을 마감하고 벽은 다크 그레이 계열로 색을 입혔다. 조명도 심플한 디자인의 갓등으로 장식했다. 이정도까지는 어쩌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자금이 부족했는지 테이블은 일반 호프집에서 쓰는 집성목 테이블이다. 일식으로 꾸며둔 카운터 위로 모던한 워터 디스펜서가 얹혀져 있다. 카운터를 바라보는 일식분위기의 바 테이블 아래로는 모던한 바체어가 있다.
이건 과연 모던 일식풍이라 불러도 될까? 이건 그냥 잡스러움이다. 모던도 아니고 일식풍도 아닌 잡스러움이다. 이자카야 분위기를 원했던 손님에겐 실망을, 모던바 분위기를 원했던 손님에게도 실망을. 더블 실망 크로스다.
게임으로 치면 기사 아이템을 못들고 마법지속력은 없는 마법검사 같은 캐릭터랄까.
2. 실내 캠핑 레스토랑
2년전쯤 부터 그당시 붐이 일던 캠핑열풍에 따라 갑자기 하나둘씩 캠핑장 컨셉의 술집과 레스토랑들이 생겨났다. 주 메뉴는 보통 삼겹살이나 바베큐 종류. 방송에도 신선한 맛집으로 하나둘 소개되기 시작했고 방송에도 나올정도라니 너도나도 또 따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내가 다니는 서울 주요 번화가에서는 일단 죄다 사라졌다.
왜였을까? 나름 개성있고 신선했지 않았을까? 시도는 좋았다고 본다.
하지만 캠핑을 즐기는 캠핑족도, 일반사람들도 한번 가봤다면 느꼈을 것이다. '이건 아냐'라고.
결국 캠핑의 묘미는 '야외'일때 나타나는 것인데 실내로 들어오면서 모두 빼았겼다. 그럼 고기라도 맛있어야 되는데 항상 먹던 숯불 불판이나 돌판, 가스불이라도 마늘과 김치를 가득 올려 먹을 수 있던 고기집과 달리 불편하기 그지없는 캠핑용 도구에 고기를 먹어야했다. 캠핑도 아니고 고기집도 아니다. 캠핑 인테리어는 고기맛을 없애는 쓸데없는 장식이 되어버렸다.
마나 스텟을 최대치로 찍은 기사 캐릭터다.
3. 싸구려 자재로 따라한 고급인테리어 카페
대리석, 스테인리스, 샹들리에 등 인테리어를 위한 고급 자재와 소품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것보다 생각외로 종류가 많다. 그리고 잘팔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고급자재를 모방한 저가 자재도 많이 생겨났는데 대리석 무늬 시트지따위의 것들이 그런것이다.
나름 본것이 있으니 그런 고급 인테리어는 하고 싶은데 그 고급이란 것들이 일반 자재들에 비해 가격이 수배에서 수십배가 되니 건드릴 엄두가 안난다. 인테리어 업자에게 상담을 하니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같은 무늬로 만들 수는 있다고 한다. '그래, 무늬도 같은데 분위기는 비슷하게 나겠지?'라면서 시공을 시작한다.
당신도 실망하고 고객도 실망한다. 사진촬영용이 아니라면 원 자재의 느낌은 다 태가나가 마련이다.
이런 케이스들 말고도 수십, 수백가지들의 망하는 인테리어들이 있다. 정말 속이 상하는 것은 이러한 부분을 올바르게 상담해주는 전문가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더 속이 상하는 것은 당신은 가게를 준비하면서 인테리어 비용을 최소한으로 한정하려하고 업자는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려고 하거나 돈이 되지않는 공사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쪽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를 한다. 그리고 어쩔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었다. 작은 카페를 준비하면서 인테리어에 책정한 예산이 2000만원이었는데 그 작은 동네카페에, 아주 전문적 바리스타가 아님에도 에스프레소머신을 2000만원이 넘는걸 구매해버리는...(보급형은 300만원 정도). 결과적으로는 인테리어도 디자이너의 제안 인테리어에서 고집을 피우며 이것저것 살을 붙이더니 그냥 흔한 동네카페가 되어버렸다.(그래도 디자인해준 간판은 예쁜간판으로 상까지 받았더라)
이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실수를 많이한다.속상하게말이야.
순환과 경험
뭔가 구체적인 돈 얘기
자리의 수는 돈이 흘러가는 숫자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좁은 가게에 최대한 많은 좌석을 집어넣으려 고생을 한다. 그런데 이게 뭔가 수학의 정석처럼 당연한 기초지식으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님이 머물게 될 자리는 테이블과 의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들은 손님들이 최소한의 안락함을 보장하며 내 가게의 공간을 차지하는 아주아주 당연한 요소다. 그리고 그만큼의 공간을 차지하는 만큼 인테리어에서도 막강한 영향을 끼친다. 가게 인테리어의 대부분을 좌석 위주로 해야하기도 한다. 그런데 테이블과 의자가 많다는 것은 '꽉 채워진' 인상을 남기고 '복잡하거나 불편한' 모습으로 비춰지기 쉽다는 단점이 생겨버린다.
중요한점은 내 가게의 자리는 정말 많은 자리가 필요할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다. 내 가게는 점심식사 장사 또는 저녁식사 장사를 위주로 하며 짧은 시간안에 손님들이 먹고 나가는 곳이다.라면 당연히 좌석은 최대한으로 해야한다. 기본 이상의 맛만 보장된다면 보통 이런 상권은 오피스나 번화한 상업지구 일테고 고객들은 괜찮은 음식을 최대한 빠르고 간편히 먹을 수 있길 원하는 사람일테니까. 되려 많은 좌석을 통해 '내 자리'가 보장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줄것이다. 저녁 술장사를 하는 곳인데 안주의 구성이 아주 간단하여 안주가 테이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저렴한 주류 메뉴로 저녁중에 최대한의 손님을 받아야 하는 경우라면 이도 테이블이 많음이 당연하다. 반대로 고급메뉴를 제공하며 조용한 분위기를 제공해야 한다면 테이블의 크기는 커야하고 손님간에 방해가 되지 않게 테이블의 간격은 넓어야 할것이며 이에 따라 테이블 수는 줄어들 것이다. 그럼 당연히 좌석이 많이 필요없겠지.
간단한 답이다. 그리고 이는 내 가게의 인테리어를 어디에 집중해야하는지 선택하게 만든다. 좁더라도 손님들에게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고 간편함을 제공할 것인가 아니면 특별한 경험을 위해 특별함을 갖춘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인가.
간단한 답이고 당연한 내용인데 내가 굳이 이 내용을 적는 이유는.
막상 가게를 준비하게 되면 이 '욕심'이란게 꿈틀댄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좌석을 채우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거란 욕심.
손님의 입장이 되어보도록 하자. 내 가게를 준비하다 보면 '손님을 위한 가게'가 아닌 '나를 위한 가게'가 되기 십상이다. 테이블 하나, 의자 하나가 인테리어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 작지 않음을 잊지말자. 이 욕심 하나로 기껏 준비한 인테리어를 망치고 특별함을 기대했던 손님에게 실망을 안기게 된다. 손님이 원하는 내 가게에서의 경험을 내 손으로, 내 욕심으로 망치고 내 성공을 가로막게 된다.
많은 변수가 있는 부분이기에 답은 없다. 나의 입장에서, 손님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가게를 오픈한 이후에도 꾸준히 관찰해야한다. 내가 제공할 좌석은 얼마나 필요할지와 내가 제공할 경험은 얼마나 필요한지를 동시에 말이다.
버릴줄 아는 마음가짐
인테리어 안해도 된다. 되려 독특한 메뉴나 맛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게 나을수도 있다. 우리가 시골 할머님을 보고싶어하고 만나고 싶어하는게 할머님이 예쁘고 특이해서 인가? 아니다. 할머님이 차려주는 밥 한그릇, 보고싶었다고 사랑하는 내 새끼라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어서가 더 맞지 않을까?
되려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깔끔함이 독이 될수도 있다. 비싸고 화려한 메뉴를 가진 가게보다 그 앞 골목에 자리잡은 떡볶이 포장마차가 되려 장사가 더 잘될수도 있는 법이다. 요즘의 트렌드가 모던이나 빈티지라니까 어줍잖게 큰 돈을 들여 인테리어에 욕심을 부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면 그것은 부담이고 이질감이 될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런 가게들이 많아지면서 되려 새롭지 않은 것이 새로움이 되기도 한다.
새롭고 특별함을 만드는 것만큼 버릴줄도알아야 한다. 작게 바라보면 위에서 언급한 좌석을 줄이고 경험을 제공하는 것처럼 내가 욕심부리려 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과감히 버릴줄 알아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어쩌면 화려한 옷으로 치장한 내가 아니라 많은 것을 버린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은 나만의 개성을 가진 인테리어가 될 수 있다.
새로운 트렌드의 모던한 레스토랑 분위기의 막걸리집도 좋지만 점점 사라지고 있는 그 옛날의 어둡고 비좁은 막걸리집을 사람들은 여전히 더욱 원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내 가게랍시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욕심인지 고민해보자. 반드시 내'가 아닌 '손님'의 입장으로 생각하자. 이것을 많은 시간을 두고 판단한 뒤에야 당신만을 위한 '돈이 되는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