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영업에 대한
요즘의 짧은 생각_01

힘들고싶지 않은데 너무 힘이든다

by 숨결



근 3개월가량 가게를 하나 더 준비하려 서울 전역을 돌아보고있다.


강남,압구정,청담,잠실,홍대,신촌,종로

송리단길,망리단길,연트럴파크,경리단길,해방촌,만화거리,성수동,익선동,삼청동


새삼스레 서울이란 곳이 가볼만한 곳이 이리도 많고, 사람들이 이리도 많구나 싶다. 그러다 좀 괜찮다 싶은 공간을 찾으면 주변 분위기나 상권은 어떤가하고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임대' 딱지 붙은곳이 참 많더라. 그 빈공간 옆으로 카페고 식당이고 옷가게고 네일샵 미용실이고 참 많더라. 그렇게 많다는게 참 서글프더라.


나름 '상권'이란 딱지가 붙은곳을 가면 없는게 없다. 그렇다고 딱히 이런게 있다 싶은것도 사실 없다.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가고자 딱히 있는건 없지만 없는게 없는 거리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내 꼴이 참 처량해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다보면 '굳이'라는 단어가 자꾸만 뱉어져 나온다.


그럼에도 그곳에 들어가겠다 마음먹을 때는 '저들 중 하나는 죽어야 내가 살겠구나. 적어도 저들 밥그릇에서 한숟갈씩은 뺏어올 수 있어야 내가 굶지는 않겠구나'한다. 이게 무슨 속된 생각일까. 왜 누군가를 밟고 죽여야 내가 살아갈 수 있는걸까. 우리는 왜 태어나서 지금까지 누군가를 이기고 짓밟아야만 하는 서글픈 세상에 살고 있는걸까.






우리는 왜 구태여 고집을 부려 자영업을 하려고 하는가



폐업률이 날이 갈수록 치솟는다. 그럼에도 신규창업자는 늘어난다. 포화상태다 어쩐다 하는 이야기는 항상 듣는데 삶에 쫒겨 이리저리 치이다보면 내 눈앞에 선택지라는게 딱히 없다. '그래도 먹고는 살겠지'라며 세상에 등떠밀려 자영업의 늪으로 빠져든다. '잘되면 대박이겠거니'라는 작은 희망도 품고말이지.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 하지만 왜 이리 몰려드는걸까라는 의문을 스쳐지나보내고 싶진 않다.

자영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나름대로 자영업 시장의 미래를 건강하게 만들어보겠다 마음먹은 입장에서 현재의 정책이 어떻고 어떻게 살아남아야하겠고 하는 말들에 앞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보고 싶다.


인구수 5천만명에 음식점은 70만개다. 비율로 따지면 1.4%. 얼마 안되는것 같지만 인구 1억3천만명의 옆나라 일본과 음식점 갯수가 비슷하다. 음식점이 아니라 자영업으로 따지면 대략 8%에 가깝다. 11~12명중 한명은 자영업자란 미친소리다. 당장의 현실이 이렇다보니 관련된 문제는 연일 미디어에 소개되고, 프렌차이즈는 끝도없이 늘어나고 있으며,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웃고 우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창업에 꿈을 품고 착실히 준비해온 사람도 있고, 젊은 패기로 도전하는 젊은이들과 은퇴 후의 삶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 이유도 목적도 참 다양하다보니 근본적 이유와 문제가 무언지는 이사람 저사람 이야기가 많이들 다르다. 누군가는 자영업을 부추기는 나라의 정책을 탓하고 또 누군가는 자영업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미디어의 문제라고도 한다. 이러저러한 이유들이 참 많기도 하다.


틀린말도 아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이유들이다. 그렇지만 글쎄. 어느 하나를 콕 찝어 '이것이 이유다'라고 할 수 있는게 과연 있을까. 사실상 모든 것이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을 누군가에게 이해하기 쉽게 '이것'이라고 던져버리고 있는건 아닐까. 문제가 되어버리고 나니 모든게 문제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


그럼에도 그 누군가들이 '이것'이라 말하려고 하는 것에는 어떤 답을 말하려 하기보단 함께 이유를 찾고 답을 찾아가보자는 마음이 깔려있지 않을까. 이건 그냥 나의 이유이자 바램이지만.






배운게 없다. 책임져주지 않는다




취업을 해본적이 있다. 창업을 해본적이 있다. 실직을 해본적이 있다. 폐업을 해본적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해본적이 있다.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 사업에 실패한 사람.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귀농을 하는사람.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직접 닥쳐보니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 어렵더라.

이야기를 들어보니 답이 없더라. 답을 모르더라.

법을 공부하고, 경제를 공부하고,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기계를 공부하고, 문학을 공부하고, 언어를 연구하던 사람들이 창업이란걸 한다. 그것도 뜬금없는 치킨집같은.

그들이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얼마간의 알량한 자금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고 어떤 이들의 입발린 '성공'이란 말에 이끌려 창업을 하더라.


왜 그렇게 이끌려 가는가하니.

이놈의 세상은. 이놈의 사회는 무언가를 얌전히, 꾸준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지않는다.



대학을 졸업하니 학자금대출의 상환이 시작되고, 취업은 늦어져만 간다. 취업예정자와 고시준비생 등등 여유없는 흙수저 젊은이들의 삶이 대게 그렇다. 일단 일은 해야하니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을 전전한다. 경력은 쌓이지 못하고 나이는 먹어가고 알량한 학자금 대출을 그나마 갚을때쯤이면 이젠 젊은 청춘이라하기 힘든 나이가 되어있다. 요즘의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대기업취직은 과거의 꿈이고 희망이 되어버린다. 전공은 무의미해지고 새롭게 무언갈 배우려하니 이것마저 돈이 필요하다. 정착이란걸 하고 싶다. 그렇게 10평도 안되는 작은 가게가 나의 안식처이고 탈출구이며 한낱의 꿈이 되어버린다.


회사가 어려워져 재취업을 해야했다. 경력도 쌓였겠다 이직준비를 하는데 경기가 좋지가 않다. 건설업, 조선업, 제조업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내가 배워먹은건 이거밖에 없는데 이쪽 동네에선 사람을 뽑질 않는다. 3개월의 실업급여도 끝이 다가온다. 나라에서 추가적으로 1~2개월 더 지원은 해준다니 그나마 숨통은 트이지만 그안에 경기가 좋아질리는 없다. 암담하다. 그나마 모은 돈이면 장사는 시작해 볼 수 있을것 같다.


나이가 차 은퇴를 했다. 그나마 집이 있고 퇴직금이란 목돈도 있다. 아끼고 살아가면 근 십년은 살아가겠지. 그나마면 다행이겠다. 그간 부모님 병환과 자식들 뒷바라지로 빌려쓴 대출을 갚아버리면 이나마도 없다. 대출금으로 다 갚아버리면 뭘 먹고 살아야할까. 알량한 연금으로 굶지는 않겠지만 사람답게 살아갈수나 있을까. 돈을 계속 벌긴해야하는데 정년이 끝난 늙은이가 어디서 일을 하겠나. 자식들은 벌써부터 대출에 시달린다. 늙은이를 다시 일을 하도록 할 곳도 삶을 책임져줄 곳도 없다. 장사라도 해야겠다.




세계 어느나라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을 것이다. 어쩔수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치부해버리기엔 우리는 너무 아프고 힘들다. 아프고 싶지 않은데 너무 아프고, 힘들고 싶지 않은데 너무 힘이 든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며 제도의 문제이자 우리가 배워온 교육의 문제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먹는 미디어와 질나쁜 일부 업자들의 문제다. 결국은 나 자신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어느하나 땜질로 고쳐질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 이건 근본적으로 병들어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이제 이만큼 병들고 아팠으면 우리모두 함께 생각해보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소리를 내고 행동해야한다. 제도를 고치고 인식을 바꾸고 나 자신을 성장시켜야 한다.

앞으로 많은 시간을 버텨야 할 것이며, 그동안 더 많이 아프고 힘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남아서 웃어보자. 삶이란건 그렇게 행복해지겠다 살아가는 거니까.




글을 쓰면서 생각한다. 자영업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것 같다. 그래도 건강하게 장사를 할 수 있게는 하고 싶다. 나 자신부터 시작해 나와 연이 닿는 사람들 만큼은 '적어도 이만큼'은 준비해서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르는, 마지막 꿈일지도 모르는 내 가게를 건강하게 시작하도록 하고 싶다. 답을 줄수는 없을지언정, 자영업자로서 살아가야할 다짐과 태도만큼은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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