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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한송이 선물

by 숨결


꽃 한송이를 선물받고 싶다




하루를 넘겨버린 마지막 전철을 떠나보내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안면없는 낯선이와 말없는 동행을 청하며

울먹거리는 불꺼진 작은방으로 향할 적마다

그저 꽃 한송이를 선물받고 싶어 했지요




꾹 참고 오늘 하루를 목구멍 뒤로 꿀꺽 삼켜버리고

꽉하니 막혀버린 가슴앓이를 깊은 들숨으로 넘겨버리고

표정없는 적막함을 고스란히 외면하도록

손 안에 쥐어진 꽃 한송이와 눈을 맞추고 싶어했지요



부디 작은 욕심하나 허락해달라 투정부리며

작은 꽃 한송이 건내받는 행복을 그리워했더랬지요


그래요

어제가 되어버린 그 사람이 그렇게

꽃 한송이를 그리워했더랬지요




무제-2.jpg


Drawing by Yoon








우리는 너무 열심히 산다




하루가 너무 짧다

하루가 너무 길다



하루를 마무리 하고픈 지금의 하루는 너무 길다

하루를 마무리 하려는 지금의 하루는 너무 짧다



하루의 대부분을

강의실에 앉아 공부를 하고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고

현장을 뛰어다니며 고객을 만나고

얼굴없는 전화기로 수십통의 전화를 하고

무거운 연장으로 땀흘려 집을 짓고

가족을 위해 집안일을 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의 하루는 왜 이토록 보람차지 않을까



나의 꿈을 위해서인데

나의 가족을 위해서인데

내가 원했던 공부인데

간절히 원했던 직장인데



하루하루 너무나 벗어나고만 싶어진다







너무 열심히 살기 때문이 아닐까




어제 하루 속에

내가 없어서


오늘 하루 속에

'나'는 없고 '너'만 있어서


내일 하루 속에

'나'는 없고 '일'만 있어서





고되고 먼길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과 인사하고

저무는 태양과 눈을 마주치고

스쳐가는 바람을 어루만지며


'나'를 만나야 할텐데



나만의 시간

나만의 여유


나를 위한 위로

나를 위한 안식



아무것도 없다


그저 우리는 너무 열심히 산다



소중한 것을 잊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중한 것을 잃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나 가혹하게

'나'를 잊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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