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전 10분의 명상
모두가 잠든 시간, 살며시 거실로 나와 노트북을 켭니다. 들릴 듯 말 듯 한 명상음악을 틀어두고 창문을 바라보며 가부좌를 틉니다. 두 손은 허벅지에 툭하고 떨어뜨리고, 깊은숨 들이켜고 내뱉기를 반복합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잡념들을 걷어내고 또 걷어내보려 하지만 제 마음은 한 번도 無가 되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명상을 이어감은 들이치는 잡념들에 제 마음이 먹히지 않길 바라는 마지막 몸부림입니다.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시작한 명상이 글쓰기 전 루틴으로 들어온 지 근 일 년이 넘어갑니다. 꽁꽁 묶어두었던 마음속 이야기가 날로 남겨지고, 한참을 잊고 있다 다시 보는 제 글은 민망하기 그지없어, 얼굴을 붉히고 이불킥을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감정에 취해 쏟아낸 말들이 후회가 되어 돌아오듯, 거르지 않고 쓴 글 또한 민망함을 남깁니다.
거르며 쓰는 글이 남들 눈에 보기 좋은 아름다운 문장을 말함은 아닙니다. 찬물에 대충 푼 미숫가루의 덩어리가 목구멍을 막아 캑캑 거리게 만들듯, 제대로 풀지 않은 글은 목 막힘만을 전합니다. 혼자서 끄적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겨버려버리던 글쓰기에서,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며 글을 쓰기 시작하자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택한 것은 명상이었습니다.
욕심을 버리기 위해 시작한 명상은 오히려 잘 쓴 글이라는 인정을 받기 위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명상은 내가 진정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남들 눈에 드는 글을 쓰기 위해 택했던 명상은 사랑하는 이가 진정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게 합니다.
이제 제게 10분의 명상은
마음 닦는 글쓰기 전의 애피타이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