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이와 깨비는 우리 집 반려견이다.
‘봉선’이는 연예인 신봉선을 좋아해 붙인 이름이고, 올해로 열세 살 된 능글맞은 미니핀이다.
‘깨비’는 드라마 <도깨비>의 남자 주인공에 반해 붙인 이름. 여섯 살의 혈기왕성한 치와와다.
여름이면 얼음물을 내어주고, 겨울이면 전기장판에 난로까지 켜서 잠자리를 챙긴다.
그럴 때면 나는 “전생에 너네가 나라를 구했나 보다!” 라며 강아지들 앞에서 생색을 내기도 한다.
강아지들과 산책할때면 길냥이들과 마주칠때가 있다.
봉선이는 어릴 적 산책하다 길고양이에게 이마를 긁힌적이 있다.
그 뒤로 고양이만 보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덤빈다.
반면 깨비는 고양이와 마주한 적이 없다.
비슷하게 네 발로 걷는 존재라 그런지, 꼬리가 부러질 듯 흔들어대며 다가가려 한다.
그 덕에 길냥이를 만나면 나는 목줄을 부여잡고 진땀을 뺀다.
담벼락 위, 자동차 바퀴 옆, 버려진 소파 위.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은 늘 비슷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하나둘 자취를 감춘다.
다들 어디로 사라진 걸까.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의 얼굴이 어둡다.
속이 안 좋다며 저녁을 먹지 않겠다한다.
“점심을 뭐 그리 거하게 먹었어?” 잔소리를 늘어놓다, 아이 눈치를 살피는 남편의 얼굴에 무슨 일이 있었나보다 싶어 입을 다문다. 아이가 잠든 후 남편이 입을 연다.
“점심 먹고 나서 민원이 들어왔어.
고양이 사체가 있다는 신고에 선배랑 출동했는데,
몸은 땅에 묻혀 있고 머리만 땅 위에 나와 얼어 있었어.
누가 일부러 그런 거지. 사람이 한 짓인데,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치웠어."
남편은 그날 이후로도 여러 번 고양이 사체를 치웠다.
도로 한복판에서 머리와 허리를 크게 다친 고양이,
바람 피할 틈도 없이 시멘트 위에서 얼어버린 작은 몸뚱이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죽음을 확인하고, 사체를 치우고,
이름 모를 생명들에게 기도하는 일을 계속해야 했다.
한파가 지나가고, 봄이 오는 길목이다.
강아지들과 산책을 하는길
담벼락 위로 고양이들이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낸다.
햇살 좋은 자리 골라 털을 고르고, 눈을 감는다.
이번 겨울엔, 봉선이와 깨비가 쓰던 낡은 집을 그들에게 내어주어야겠다.
그리고 길 위에서 삶을 다한 이름 모를 고양이들에게 명복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