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빨
하루가 멀다 하고 쌓이는 택배를 집 안으로 들이는 일은 내 몫이다.
저 많은 물건이 내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내 것이 아닌 택배 박스에서 주소 스티커를 뜯으며 한숨이 나온다.
분명 엊그제 비슷하게 생긴 장갑이 왔는데, 오늘 박스 속에도 거의 쌍둥이 같은 녀석이 들어 있다.
새벽일 끝내고 자는 남편을 깨워 “왜 또 샀느냐” 따지고 싶지만, 일단 자게 두었다가 나중에 보자며 속으로만 갈고 있다.
택배 포장지를 재활용함에 넣고 오자마자, 또 다른 택배가 도착한다. 내 이놈의 남편, 어쩌면 좋을까.
팔 토시
집 앞 다이소에서 착한 가격에 팔토시를 사다 줬다. 문제는 남편 팔뚝이 굵어 들어가질 않는다.
게다가 방수도 안 된다. 얇은 천으로 만든 여린 팔 토시는 결국 무용지물.
다시 큰장에 가서 튼튼하고 야무진 팔 토시를 사다 주었다.
손목 보호대
며칠 전 싼 걸 사더니 시원치 않다고 투덜댄다. 선배가 쓰는 손목 보호대가 좋아 보인다며 은근슬쩍 신호를 보낸다.
한마디로 “다시 사자”는 건데, 못 들은 척했다.
매번 ‘싼 게 비지떡’을 확인하고서야 제값 하는 걸 사는 남편.
허리 보호대
운동할 때 쓰던 게 있지만, 선배들이 권하는 제품이 있다며 눈을 반짝인다. 허리라면 얘기가 다르다.
당장 제일 좋은 걸로 사라고 했다. 남편은 내가 애 낳고 몸조리할 때도 안 사주던 고가 제품을 사들였다.
며칠 쓰더니 “역시 돈 더 주니 좋다”며 엄지를 치켜든다. 그래, 좋은 거 많이 하시게.
발목 보호대
무거운 안전화를 신고 청소차에 오르내리기를 수백 번. 발목이 남아나질 않는다며, 이번에도 선배 추천품을 샀다.
예전엔 운동하다 돌아간 발목 때문에 한의원을 들락거렸는데, 이 보호대 덕에 그나마 버틴다.
험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선배들의 몸 여기저기엔 골병이 들어 있다.
환경공무직 시험에서 체력 비중을 크게 두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다.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남편도, 베테랑 선배들과 어울리며 장비 정보부터 챙긴다.
매일 새벽, 더러운 쓰레기를 치우느라 소매가 해지지 않게 팔 토시가 필요하고,
무거운 봉투를 들 때 손목이 버티도록 보호대가 필요하다.
청소차 뒤에 매달려 오르내릴 땐 무릎이 닳지 않게 무릎 보호대도 있어야 한다.
남편의 몸을 감싸는 장비들이여
부디 오래오래 단단히 버텨서, 우리 서방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