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갑옷

by 수미

한밤에도 열기를 내뿜는 아스팔트 위로 청소차가 달린다.

그 열기 속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소금기를 잔뜩 머금은 채

눈동자를 타고 떨어진다.

짜디짠 소금기가 시야를 흐린다.

더러운 장갑 낀 손으로 눈을 문질렀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보단 두 눈을 질끈 감고

땀이 뚝— 하고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이 낫다.


형광 모자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땀은

이마를 타고 남편의 눈으로 흘러든다.

그 흐름을 막기 위해선 ‘두건’이 제격이다.

형광 모자는 안전을 위한 필수품이니,

그 안에 두건까지 덧쓰는 수밖에 없다.

일을 마치고 빨래통에 던져진 두건은

가볍던 천이 아니라, 쾌쾌한 냄새와

물먹은 스펀지로 축축하게 변해 있다.


무거운 쓰레기 봉투를

들고, 옮기고, 분쇄기로 던지다.

덜컹이는 소리와 함께 봉투가 삼켜진다

이런 일은 밤새도록 반복된다.


허리는 굽혔다 폈다를 수백 번,

하루 이틀 할 일이 아니기에

남편은 허리 보호대를 두 겹으로 맨다.

맨살에 닿으면 쓸릴 테니

티셔츠 위에 단단히 감싸며.

그 보호대 역시

일이 끝난 후 빨래통에 처박힌다

눅눅해진 검은 천은

바로 빨지 않으면

소금기를 뱉어내며 허연 꽃이 피어난다.


남편은 여름에도 ‘쫄쫄이’를 챙겨 입는다.

속으로는 무릎 보호대를,

겉으로는 가벼운 바지를 한 겹 더 껴입는다.

맨다리에 쓰레기봉투가 스칠 위험을

도박처럼 감수할 수는 없기에.

계절을 가리지 않는 두터운 양말은

날카로운 유리 조각에도 대비책이다.

그 모든 장비는

남편의 몸을 지켜주는 최선의 갑옷이다.


하지만 이런 완전무장을 하는 청소부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덥고 번거로워

그저 평상복에 가까운 복장으로 나선다.

그러나 남편은 안다.

선배 청소부들의 사고 소식,

나이 들어 찾아오는 병들.

건장했던 몸 하나만 믿고 버텨온 시간이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다는 걸.

그래서 더더욱,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


새벽 두 시.

남편은 찬물로 온몸을 씻는다.

그리고 미리 챙겨둔 장비들을

하나씩, 하나씩 걸친다.

타이즈(쫄쫄이)를 입고, 무릎 보호대를 차고,

팔토시와 티셔츠를 걸친다.

허리 보호대를 조이고,

긴 바지와 두꺼운 양말을 신는다.

형광 조끼, 복면, 형광 모자,

무거운 안전화, 겹겹의 장갑,

방진 마스크까지.

모두 갖춰 입은 남편은

‘로보캅’처럼 변신을 마친다.


집을 나서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기도한다.

오늘도 로보캅 같은 그 갑옷이, 당신의 몸과 삶을 지켜주기를.

그리고 이 뜨거운 여름이 당신을 해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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