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는 한여름.
당연한 계절의 이치라지만,
올해는 그 더위가 심상치 않다.
연일 이상 기온을 전하는 뉴스가 쏟아지고,
그 속에서 문득 그나마 선선한
“새벽 근무인 게 다행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한낮 땡볕 속보단 나으니 말이다.
아침에 퇴근한 남편이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자 등짝에 땀이 흥건하다.
선풍기를 틀어놓았지만,
열기 가득한 여름 한낮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아이 방에만 달린 에어컨.
자라나는 아이도 중요하지만,
요즘 같은 날엔 남편에게 더 절실한 거 같다.
등목으로 달아오른 몸을 식혀본다.
웃옷을 벗은 남편의 등에는
벌레에 물린 듯 부풀어 오른 자국이 여기저기 보인다.
“이게 뭐야?”
“긁다 보니 이렇게 됐네. 일하다가 간지러워서…”
모기인 줄 알았는데, 물린 자국은 벌겋게 곪아 있고
며칠이 지나도 상처는 쉽게 가라앉질 않는다.
한여름 청소 일은 벌레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냄새나는 쓰레기에는 온갖 벌레들이 꼬인다.
남편은 긴팔과 긴 바지로 온몸을 싸매고 나가지만
그조차도 뚫고 들어오는 질긴 놈들이 있다.
남편의 출근 가방은 한가득이다.
그 안엔
방진 마스크, 장갑, 땀 닦을 수건, 물병,
갈아입을 새 옷가지까지 모두 들어 있다.
샤워 시설도, 탈의 공간도 제대로 없는 근무 환경.
남편은 자신의 사물함 앞이나 차량에서
땀과 오물에 찌든 옷을 갈아입는다.
“왜 땀 흘리는 일터에 샤워 시설이 없는 거야?”
내 물음에 남편은
“탈의실도 제대로 없는데, 샤워실은 감지덕지지.”라며 헛웃음을 보인다.
“그냥 집에 와서 씻지 그래?”
내 말에 남편은 고개를 젓는다.
“일할 땐 몰랐는데,
끝나고 나면 그 냄새가 확 올라와.
그 차림으로 일 마친 동료들과 커피 마시거나 설렁탕 먹으러 가기 민망하잖아.
그리고…
아이한테 그런 모습 보여주기 싫어.”
"여보, 당신 옆에선 땀 냄새보다 사람 냄새가 더 진하게 전해져."
내 말에 남편이 씩 웃는다.
남편이 가져온 가방 속 작업복은
다른 빨래와 섞을 수 없어
진한 향의 섬유 유연제를 넣고 따로 세탁한다.
세탁기 속에서 말끔히 빨려 나온 옷들은
베란다 햇살에 바짝 말려
뽀송하고 향긋하게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그 옷을 입고,
남편은 또 새벽을 나선다.
여보, 그거 알아?
오물이 튀어 역한 냄새가 나든,
땀에 찌든 누린내가 나든,
당신은 우리에게 늘, 향기로운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