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이불 속에 더 머물라 다독이는 소리다.
해 뜨는 아침 대신 찾아온 빗소리는 학생들의 등굣길을, 직장인의 출근길을 느리게 만든다.
그리고 내게 이 빗소리는 남편의 무탈을 빌게 하는 기도의 소리다.
강풍과 폭우가 예보된 봄날, 소식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하필 남편 출근 시간에 맞춰 내린다니, 빗속을 뚫고 쓰레기를 수거해야 하는 그의 수고가 눈앞에 그려진다.
구청에서 지급받은 장화와 비옷이 이런 날 쓰이라고 있는 거겠지만, 막상 비 오는 날이 되니 영 반갑지 않은 장비들이다.
새벽 1시 반. 알람이 울린다.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겠다던 남편은 영 제대로 못 잔 눈치다.
일주일 전 코로나로 안방에서 격리하며 약에 취해 잠만 잔 탓에, 힘들게 맞춰 놓은 수면 패턴이 무너졌다.
잔 건지 만 건지 모를 퉁퉁 부은 얼굴로 출근 준비를 하는 남편.
빗길에 미끄러운 차 뒤에 매달려 졸기라도 할까 불안해진다.
한 손에 따뜻한 메밀차를 담은 보온병을 쥐여주고,
나는 현관 앞에서 그 뒷모습을 배웅한다.
빗속으로 남편은 사라진다.
아침.
밤새 내리던 빗발은 잦아들고, 땅에는 촉촉한 물기가 남았다.
젖은 비옷을 한 손에 들고 노곤한 몸을 이끌고 오는 남편의 퇴근이다.
현관 앞에서 비와 땀에 찌든 옷을 허물 벗듯 벗어던지고, 욕실로 들어가 개운하게 씻는다.
미리 차려둔 밥상 앞에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빗속에서 쓰레기차 뒤에 매달리는 일은 평소보다 몇 배 더 긴장감을 요구한다.
거센 빗줄기에 시야가 가려 안경을 쓰기조차 어렵다.
겨울에는 방진 마스크 위로 새어 나오는 습기 때문에 앞이 흐려져, 선배들 대부분이 라식 수술을 한다며 본인도 생각해 봐야겠다고 한다.
빗물에 젖은 옷과 몸은 더 무겁고, 쓰레기도 빗물 먹어 무게가 배가 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좋은 점도 있다 한다.
연탄재는 빗물에 눅눅해져 먼지 없이 수거할 수 있고,
방진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악취도 씻겨나가 얼굴 찡그릴 일이 줄어든단다.
걱정으로 가득찬 내 얼굴을 보며
“할 만하니 걱정 마.”라고 다독인다.
남편 말에 무겁던 마음 살짝 내려놓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