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향해 달려드는 날파리 떼를 보니,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는 걸 실감한다.
저녁 바상을 물리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플라스틱 통에 담아 베란다에 내놓았다.
단 하루 밤만 두었을 뿐인데, 따뜻해진 날씨 탓인지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얼굴을 찌푸리는 사이 날파리들이 달려든다.
무심결에 투덜거린다.
요즘 광고에서 자주 보이는 친환경 음식물 처리기를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스마트폰을 들고 쇼핑몰 몇 군데를 둘러본다.
하지만 가격이 후덜덜이다.
결국 다시 몇 천 원짜리 플라스틱 통을 비우고, 입을 다문다.
현관문이 열린다.
새벽같이 나간 남편이 돌아올 시간보다 이르다.
오늘은 주택가가 아니라 공원 지역 쓰레기를 수거하는 날이라 일이 비교적 수월하다고 했었다.
이런 날이면 해장국 한 그릇쯤 하고 들어올 법도 한데, 오늘은 빈속이다.
아이 아침밥만 간단히 차려두었는데, 남편 반찬이 마땅치 않아 부랴부랴 냉장고를 뒤진다.
말끔히 씻고 나온 남편의 표정은 다른날보다 상쾌하다.
왜 이렇게 일찍 퇴근했느냐 묻자, “짬이 튀었어.”라는 말이 돌아온다.
처음 듣는 말이다.
다시 묻자 남편이 설명해준다.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릴 경우,
봉투가 쓰레기차 압축기에 들어가면서 풍선처럼 ‘펑’ 하고 터질 때가 있다고한다.
그 순간 뒤에 서 있던 청소부가 그대로 음식물을 뒤집어쓰게 되는데,
그걸 ‘짬이 튀었다’고 한다는 것이다.
오늘 남편은 바로 그 ‘짬’을 맞은 날이다.
한겨울이라면 그래도 덜했을 테지만,
더워진 날씨 속에 삭아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터지는 순간,
그 냄새는 말 그대로 지독하다고 했다.
말만 들어도 고약한 냄새를 온몸으로 직접 받아낸 남편을 보니, 미안함이 밀려온다.
계절이 바뀌는 걸 이런 방식으로 실감하게 될 줄은 몰랐다.
대구의 여름은 유난히 덥고 습하다.
오죽하면 대프리카라는 말까지 있다.
이곳에서 무심코 버려진 음식물 찌꺼기들은 더운 공기 속에 곪아가고,
결국 어딘가에서 ‘짬’이 되어 터져 나온다.
냄새가 진하다.
계절도, 진하게 다가온다.
국을 데우다 말고, 조용히 물었다.
“많이 고약했어?”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진짜 여름이 오긴 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