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가 쌓이든 말든 내 공간만 깔끔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살았다.
그랬던 내가, 남편이 쓰레기와 뒤엉키는 삶을 시작하고부터는 길에 채이는 플라스틱
음료 병도, 짱짱한 마스크, 맛나게 들이마신 담배꽁초도, 길을 막는 낡은 가구도 쉬이 지나치기 힘들다. 예전에 눈에 들지 않던 물건들이 이제는 내 눈길을 수시로 사로잡는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 남편은 그곳을 지키는 소꿉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에 입이 헤벌쭉 벌어진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 친구의 목소리는 기운이 없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한숨, 심상치 않다.
남편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환경 공무직으로 일하기 시작한 친구는 연차가 쌓여 이젠 야간 청소를 벗어나 사무실 근무를 맡고 있다. 우린 그런 친구에게 이제 오물 뒤집어쓰지 않아도 돼서 부럽다며 축하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숨넘어가기 직전처럼 지쳐 있었다.
“대형 폐기물이 감당이 안 돼.” 버리는 사람 입장에선 딱지 몇 천 원에 사서 붙이면 끝! 정말 쉽다. 하지만 현실은 그 폐기물들을 처리할 업체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는 것. 일은 고되고, 돈은 안 되니 그 누구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형 쓰레기는 넘쳐나고, 동네 어귀마다 산처럼 쌓인다. 밉상처럼 버티고 있는 이런 낡은 가구들에 민원은 빗발치고 빠른 처리를 하지 않는다고 때로는 욕설과 비난도 듣는 일이 너무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무더위에, 불쾌지수 높은 여름에는 더더욱 고운 말로 항의할 리 없기에 오히려 야간 청소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얼마나 많다고 그걸 못 치우지?” 나도 그리 여겼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 역시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며 망자의 물건을 정리한다는 명목하에 폐기물 스티커와 대형 쓰레기봉투에 어머니의 오랜 물건들을 정리했다. 또한 새 아파트 주변에는 ‘새로움’을 위해 버려진 예전의 물건들도 끝도 없이 쌓인다. 그 모든 물건들이 이제는 처리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남편의 말이 떠오른다. 비 오는 날, 쓰레기 매립지에서 차량 바퀴가 질퍽한 땅에 빠진 적이 있다 했다. 상상도 못할 넓은 땅 위에 쓰레기를 다지고, 그 위에 또 쓰레기를 쏟고, 다시 다지고, 또다시 덮는다. 그러다 비라도 오면, 그 악취 가득한 쓰레기 땅이 트럭까지 삼킬 듯 움푹 꺼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남편 친구의 지친 한숨, 산처럼 쌓여가는 쓰레기 더미.
언젠가 우리가 가볍게 내던진 것들이 되돌아와 우리의 삶을 짓누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