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산책에 나섰다.
도심과 오래된 골목이 공존하는 동네라 그런지, 아파트 단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여전히 옛 정취가 남아 있다. 아이는 앞서 걷고, 남편은 늘 그렇듯 동네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잔소리를 곁들인다.
“여기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데가 진짜 말도 아니야. 저기 골목 안쪽은 불법 투기가 심하고…”
남편은 지금 이 동네의 ‘담당 청소부’다. 막 일을 시작했을 때는 허둥지둥하던 그가, 이젠 어디에 어떤 쓰레기가 나오는지 꿰고 있을 정도다. 그가 말하는 ‘청소부의 지도’는 주민들에겐 잘 보이지 않지만, 매일같이 거리를 쓰는 이들에겐 분명 존재하는 현실이다.
그때였다. 전봇대 아래 세워진 리어카 옆에서 한 할아버지가 쓰레기 더미를 헤집고 있었다.
스티로폼을 묶어놓은 끈을 칼로 끊고, 박스와 종이, 플라스틱을 사방으로 던지며 필요한 것들을 고르고 있었다. 남편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 못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아침 내가 이 골목 치워야 해. 저렇게 뒤엎어 놓으면 또 다 치워야 하잖아…”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치 지친 마음이 고개를 흔드는 듯했다.
동네를 걷다 보면 가끔 그런 어르신들을 마주친다.
작은 수레를 끌며, 박스와 종이, 비교적 깨끗한 플라스틱을 찾아 분리수거장 앞을 서성인다. 손에는 자그마한 커터 칼이 들려 있다. 쓰레기 봉지를 손으로 뜯기 어려우니 칼이나 가위가 필요하다. 그렇게 봉지를 열고 안에 든 물건을 살핀 뒤, 그중 쓸만한 것을 골라 담는다. 그리고 자리를 뜬다. 남겨진 것은 헤집어진 쓰레기 더미, 끊어진 포장끈, 어지럽게 흩어진 비닐들이다.
뒤처리는 청소부의 몫이다.
분리수거 봉투를 다시 정리하고, 종량제 봉투에 담아야 하며, 분리된 쓰레기들을 분류해 제자리에 가져다놔야 한다. 시간도, 체력도 두 배로 든다. 분리배출을 뒤엎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지만, 누구도 그 어르신들을 쉽게 신고하지 못한다. 그들이 무슨 마음으로, 어떤 절박함으로 골목을 헤매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누구의 삶이 더 고된가를 비교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쓰레기를 뒤지는 노인의 손과, 그 잔해를 다시 정리하는 청소부의 손이 결국 하나의 고리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쉴 틈 없이 회전하는 바퀴처럼, 바닥의 삶은 그렇게 물리고 물린다.
그리고 그 안에는 오늘도 버티는 우리 이웃의 숨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