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립스틱과 뿌연 담배 연기, 그리고 회복의 일상

by 수미

일상이란 이름의 복귀는 누구에게나 같지 않았다.


2022년 5월 2일, 코로나로 인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됐다.

하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아직 완전히 놓기엔 어색하고 조심스러운 회복의 초입이었다.


그 틈에서 담배 피우는 이들은 눈치를 보며 마스크를 내렸다.

그리고 어둑한 골목으로 들어가 서로의 입김 속에 연기를 섞었다.

희뿌연 연기가 자욱한 그 좁은 공간, 바닥엔 담배꽁초가 눈처럼 흩어진다.

누군가의 입술 자국도, 버린 흔적도 그 자리에 그대로였다.


청소부는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그 사이를 지나간다.

아무리 쓸어도, 어느새 또 새로운 꽁초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내 옆에서, 아이가 말했다.

“아빠가 청소할 때 저러는 아저씨 있으면 때려주라 할 거야!”

타인의 불편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기호를 즐기는 사람들.

그들 앞에서 분노하는 아이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화가 어린 마음이 어쩐지 미안했고 짠했다.

이 아이가 너무 일찍 ‘세상의 무례’를 봐 버린건 아닌가싶었다.


남편은 올해부터 청소 일을 시작했다.

초짜인 그는 밤 2시정도에 출근해, 아이가 학교 갈 시간이 넘어서야 퇴근한다.

야간 근무는 통상 2~3년을 채워야 한다고 했다.

처음 몇 주는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겨우 몸이 익어갈 무렵, 또 다른 복병이 찾아왔다. ‘코로나 영업시간제한 해제’였다.


그전의 새벽은 조용했다.

청소차가 지나가기도 수월했고,

널브러진 쓰레기를 긁어 담다 보면 길이 정리되는 뿌듯함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골목은 다르다. 네온사인이 다시 살아났고, 거리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고, 구역질을 하고,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내던진다.

담배꽁초는 말 그대로 산처럼 쌓이고,

그 사이를 남편은 헤치며 걷고, 긁고, 담는다.


가끔은 그의 앞을 막아서며 경적을 울리는 이들도 있다.

청소 중인 자리에 무심히 쓰레기를 던지는 사람,

더러운 청소차가 고급차를 가로막는다고 욕을 퍼붓는 사람도 있다.

마치 영업시간제한과 함께 ‘무례함’도 해제된 듯했다.


요즘 남편의 퇴근은 더 늦어졌다.

이제는 그 시간이 그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모두가 ‘일상 회복’을 말하는 지금,

남편은 그 회복의 그림자 아래서 더 많은 쓰레기를 마주하고 있다.


남편이 걷는 새벽은, 빨간 립스틱 자국이 남은 꽁초와 뿌연 담배 연기

술 취한 사람들 사이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틈에서, 묵묵히 길을 쓸고있는 그의 손이 있다.


그렇게 5월, 우리는 ‘일상’이라는 이름의 초대를 받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 일상이 더 고되고, 더 짙어진 냄새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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