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보고 있어요

by 수미

아이들과 미술 수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작품이 남는다.

기성 작가처럼 오래 감상할 만한 수준은 아닐지라도, 조막만 한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만든 그림과 조형물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아이가 만든 것이기에 집 안에 작은 전시 공간을 마련하기도 하고, 아이는 그 앞에서 “내가 만들었어”라며 뿌듯해한다. 손님이라도 와서 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칭찬을 건네면, 아이는 금세 꼬마 작가가 되어 으쓱해하고 자존감도 쑥 자란다.

문제는 작품이 쌓이기 시작할 때다.

모두 두자니 집이 창고로 변하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이의 마음이 걸린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 몰래 정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른의 눈에는 하찮아 보이는 것이, 아이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 작품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아이가 울고불고 하며 쓰레기봉투를 다시 뒤지는 일도 벌어진다.

더 안타까운 건, 아이가 직접 만든 작품이 집에 들어서기도 전에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경우다. 찢어졌거나 부서졌다는 이유에서일지라도, 아이에게 그것은 단순한 종이나 흙덩이가 아니다. 자기의 시간과 노력이 담긴 ‘작은 분신’이다. 그것을 함부로 버리는 건 곧 아이의 마음을 버리는 일과 같다.

그래서 나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 꼭 말한다.

자신의 작품을 찢거나 훼손하지 말 것, 친구의 작업을 망가뜨리지 말 것. 그것은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미술치료에서도 작품은 곧 자기의 투영이라 말한다.

오랜 시간 수업을 하면서 깨달은 건 단순하다.

자신의 작품을 존중받은 아이일수록 긍정적이고 사교적이었다. 반대로 작품이 하찮게 여겨지거나 쓰레기 취급을 받은 아이는, 다른 생활 속에서도 무시와 비난에 익숙해져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깨끗한 집과 정리된 공간은 누구나 원한다.

그러나 양육자라면 아이가 자라는 동안은 일정 부분을 내려놓아야 한다. 집안을 난장판으로 두라는 뜻은 아니다. 아이와 함께 ‘남길 것과 정리할 것’을 합의하고, 몰래가 아니라 함께 정리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리다고 해서 덜 느끼거나 모르는 것이 아니다.

작은 몸으로도 모든 것을 섬세하게 감지한다.

그러니 아이의 작품을 대할 때, 그것을 단순한 ‘물건’이 아닌 아이의 마음 그 자체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

아이의 작품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곧 아이의 마음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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