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약에 우리
풋풋하게 사랑을 말하던 커플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현실을 살아가며
삶의 대부분을 먹고 사는 일을 버텨내는 일로 채워진다.
로맨스는 자연스레 뒤로 밀려나
의도하지 않으면 굳이 꺼내 들지 않는 감정이 되어간다.
지금 내가 로맨스를 꿈꾼다면
그건 더 이상 달콤한 낭만이 아니라
욕먹을 불륜에 가까워진다.
그렇다고 살아가는 일에만 목을 매며
심장이 콘크리트처럼 굳어가는
‘제3의 성’이라는 아줌마로만 사는 일은
왠지 억울하다.
뜨거웠던 연애 세포의 말랑함을
조금은 남겨두고 싶어서
이른 주말 아침, 나와 같은 아줌마를 한 명 더 불러
<만약에 우리>라는 로맨스 영화를 보았다.
호찌민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영화.
그 도시는
남편과 내가 젊은 날
캐리어 하나 끌고 시작했던
우리의 신혼이자,
이후 현실의 삶을 살아냈던 공간이다.
영화 속 십 년 전 연인들이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 위로
나의 젊은 날이 겹쳐진다.
영화 속 연인들은
몇 번의 헤어짐 끝에
각자의 선택으로 흩어진다.
관계는 사랑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나와 남편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여기까지 왔다.
서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헤어질 뻔한 순간도 있었고,
엮인 인연이 단단해 보였던 만큼
크고 작은 위기도 지나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등을 돌리기보다
더운 날 선풍기 바람을 양보하며
여전히 툭탁거리며
현실을 살아간다.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은
‘해피 and’로 사는 중이다.
이 영화는
잊고 있던 감정을 끌어올리기보다
이미 지나온 시간을
차분히 돌아보게 만든다.
말랑한 로맨스는
지금의 나를 흔들기보다는
젊은 날의 나와
인사를 나누게 만든다.
안녕
나와 당신의 젊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