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 4

by 수미

오기만 해 봐라. 오기만 해 봐라..... 오기만 해라.

진심 짱이 오기만 바랬다. 오랜 시간 함께 한 건 아니지만, 사람끼리의 정듦이 시간과 비례한다면 난 우리 시댁과 정들어도 한참은 들어야 할 것을 그건 아니더라.

하루, 이틀... 나쁜 년 전화라도 주던가. 모퉁이 박살 난 검정 폰은 소리 하난 요란하게 잘만 작동 되디만. 어디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쓰레기한테 맞고 어디 꼬꾸라져 있는 건 아닌지, 애 뗄 돈 구해 일 치러버린 건 아닌지......

삼 일째 되던 날, 우리 집 현관문에서 삑 삐 삑 삐리 삑 소리가 난다. 딸아이와 난 얼음이 된 체 현관문에 눈이 꽂힌다. 스르르 문이 열리네요. 그녀가 들어오죠. 이런 아름다운 장면은 아니다. 두 눈 짜부라진, 어깨가 바닥을 쓸고도 남을 만큼 쳐진, 세상 어둠 다 담은 낯빛까지 장착한 업그레이드된 짱이 들어온다.

난 잠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본다. 다행히 어디 터진 곳은 없다는 게 확인되자

나의 쏘아붙임이 시작된다. 나쁜 년 어디 간다면 말을 할 것이지 말도 없이 사라지고 전화도 못 하냐. 지금 왜 왔냐고. 물론 난 베트남어를 잘 못한다. 저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한국말에 베트남어 단어들만 대충 섞어 억양만 드높인다. 알아들었는지 말았는지 짱이 미안한 기운 슬쩍 섞어 웃어 보인다.

못생겼다.

마담 미안하단다. 전화기에 충전된 돈이 없어서 연락을 못했단다. 미안하다니 괜히 화가 더 난다. 딸아이가 안아달라며 나를 끌어당긴다. 이틈에 짱은 부엌으로 들어간다. 설거지통을 부여잡고 수세미에 세제를 짜낸다. 그런데 이번엔 세제 통에 세제를 짜는 둥 마는 둥이다. 냄비를 잡는다. 짜부라진 눈은 냄비가 아닌 허공에 꽂혀있다. 수돗물은 계속해서 흐른다.

딸아이를 방에 들여놓고 개수통 앞에 서 있는 짱을 돌려세운다. 뭔 일이냐고 물었다. 일을 치렀단다. 돈은 어디서 구했냐 하니 쓰레기가 구해줬단다. 쓰레기 같은 놈. 다시 개수통으로 몸을 돌린다. 나는 짱 손에 쥐어진 수세미를 낚아챈다. 베개 하나 던져주고 두 손 머리에 비스듬히 갖다 대며 누워 자라고 눈을 깜짝 깜짝한다. 짱이 웃는다. 못생겼다. 바닥에 드러누운 짱은 벽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딸아이가 있는 방으로 가려다 다시 한번 짱을 본다.

짱의 어깨가 들썩인다. 벽을 파고 기어들어갈 듯 몸을 웅크리고 계속 어깨를 들썩인다. 난 발꿈치를 들고 아주 조용히 딸아이 방으로 들어간다. 내 집인데 내 집 같지 않다.

월급날이다. 쓰레기가 현관문 앞에 없다. 그러고도 사흘을 별일 없이 일하러 나왔다. 나흘째 날 짱이 오지 않는다. 전화를 했지만 알 수 없는 베트남 안내 멘트만 들릴 뿐이다.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뜻인듯하다. 짱은 오지 않는다. 한 달, 일 년 지금은 7년째 짱은 오지 않는다. 나쁜 년 인사라도 하고 가든가. 내가 지 잡을 줄 알았나 보다. 코빼기도 보이질 않는다. 죽지만 말고 살아있어라. 넌 젊고 돈도 잘 벌고 가슴도 대박 크니 제발 살아만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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