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가 있다. 원래는 네 여자가 있었다. 그 중 어리고 끼 넘치던, 나머지 세 여자와는 다른 별에서 온듯한 여잔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먼저 하늘로 갔다. 이제 세 여자가 남았다. 급하게 하늘로 떠난 여자는 아들 둘을 남기고 떠났다. 그 아들 중 막내는 이제 결혼을 하려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여자를 인사시킬 엄마가 없다. 막내를 위해 남은 세 여자들이 뭉쳤다. 급하게 떠난 여자의 막내 약혼녀를 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세 여자는 급하게 떠난 여자의 막내 약혼녀 연락처를 알아내고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띠리리링.띠리리링
"여보세요." 약혼녀다.
"그래. 너니. 막내랑 날 잡은?."
약혼녀는 전화기 너머 들리는 고상미 철철 넘치는 세 여자들의 목소리에 잔뜩 긴장한다. 많이 배웠다더니 목소리도 우아하구나. 약혼녀는 생각했다. 세 여자 중 가장 큰 여자가 말한다. 너는 우리랑 같은 종교라 너무 다행이다. 첫째 며느리는 다른 종교에 홀어머니 아래서자라 배운 게 부족했단다. 결국 형네 부부는 이혼했는데 넌 우리랑 종교도 같고 부모도 다 있어 다행이라 한다. 갑자기 훅 들어 온 소리를 듣고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도대체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몰라 더듬 더듬 어색한 웃음소리를 섞어 약혼녀는 응대한다. 약혼녀는 직감했다. 이 집구석 뭔가 쎄하다.
세 여자는 약혼녀에게 우리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참 따뜻해 보인다. 그리고 세 여자 중 제일 큰 여자는 결혼식 이야기를 꺼낸다. 그 세 여자들은 약혼녀를 아가야라고 부른다. 이 또한 참 따뜻하다.
"아가야, 넌 시어머니가 안 계신 게 아니란다. 시어머니가 세 분 계시다 생각하려므나."
순간, 이 이야기는 공포물이 된다.
약혼녀는 귀를 의심한다. 시어머니가 안 계신게 아니라구? 세 분 계신다 생각하라구? 그리고 깨닫는다...아구야...분명 내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던게야.
제일 큰 여자는 혼수에 대해 끊임없이 말한다. 막내아들과 약혼녀는 양 가 부모님의 도움없이 둘이서 살림을 일구고 살거라 마음 먹은 터라 혼수 포함 모든 결혼식 절차를 간소화 하기로 말이 끝난 상태에서 혼수를 논하는 큰 여자가 황당하지만 일단 들어보기로한다.
결론이 났다.
"섭섭하지 않게 정성만 볼 수 있게 준비하렴."
그리고 통화 종료. 약혼녀는 더 혼란스럽다. 섭섭하지 않게? 난 물 한 잔 줘도 안 섭섭한데, 물 달란 소린 아닐테구. 어디까지가 섭섭이고 어디까지가 정성인지 알 수 없는 기준을 제시한 큰 여자의 혼수 이야기는 약혼녀의 머릿속을 뒤집어 놓았다.
그날밤, 약혼녀는 연락한다.
그리고 세 여자의 이야길 남자 친구에게 늘어놓는다. 남자 친구는 세 여자들을 주무르는 킹왕보스 영감에게 이른다. 영감은 이 세 여자들의 남동생이다. 허나 아무도 그를 거스를 순 없다. 세 여자는 그의 돈을 빨아드시고 살기때문에 밑보였다간 돈 줄이 막힘은 당연지사.
다음날 세 여자 중 제일 큰 여자는 대표로 약혼녀에게 전화를 한다. 큰 여자는 약혼녀를 더 이상 '아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니'라고 부른다.
화가 났지만 배운 게 많아 함부로 말 할 수 없는 큰 여자는 약혼녀에게 말한다.
"우리는 너를 딸처럼 생각했다. 정성만 조금 보이라고 한 걸 그사이 다 이르니. 니 참 입이 싸구나." 세 여잔 참 너그럽다. 약혼녀가 한 번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그녀를 딸로 여겼단다. 이런 감동스런 일이있나. 허나 약혼녀는 자신을 딸로 여기는 분은 현재 생모로 충분하다는 걸 세 여자는 모르는듯 하다. 세 여자들은 계속 '니'에게 딸처럼 잔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참 따뜻한 풍경이다.
세 여자들은 전화로 '니'를 딸처럼 대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결론냈다. 세 여자들은 '니'를 만나기로했다. '니'가 간다. 세 여자를 만나러...
졸지에 아가에서 '니'로 신분하락 된 약혼녀는 세 여자를 만날 일이 두렵다. 하지만 만날 사람은 꼭 만나야하는 법이기에 백화점에 간다. 고급진 세 여자들이기에 고급진 열대과일 바구니를 큰 돈 들여 구입한다. 옷 맵시를 다듬고 세 여자가 모인 소굴로 향한다. 거긴 둘째 여자의 집이다.
띵똥
문이 열린다. 세 여자가 서 있다. 여섯개의 눈이 순식간에 스캔한다. 세 여자의 눈에 약혼녀의 흰색 코트와 아이보리색 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세 여자 중 한 여자가 말한다. "미대출신이라더니 패션센스는 하나도 없구나. 가방없니? 이 한 겨울에 흰가방을 들고 다니게......"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시다. 없으면 사줄라나. 없다고 할까? 약혼녀는 잠시 생각하다 세 여자의 등살에 떠밀려 거실로 이송된다. 거기엔 긴 쇼파가 하나있다. 세 여자는 나란히 쇼파에 앉는다. 약혼녀는 알아서 바닥에 찌그러져 않는다. 두번째 여자가 말한다. "밥은 먹여놓고 시작하죠." 참 따뜻한 분들이다. 배고플까봐 식사를 챙겨주시려나보다. 식사를 준비하려던 두 번째, 세 번째 여자가 약혼녀가 챙겨 온 과일바구니를 본다. 그리고는 말한다. "난 선물 중에 제일 성의없고 낭비적인게 과일 바구니라고 생각해. 선물 가져오는 거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지." 순간 약혼녀는 열 여덟을 외칠뻔했다. 수학시간도 아닌데 약혼녀는 계속 숫자가 외치고 싶다. 그리고 시베리안허스키가 보고 싶고, 신발도 신고 싶다.
열 여덟, 시베리안허스키, 신발....열 여덟, 시베리안허스키, 신발....